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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Jun 14. 2021

광고 찬조 출연 / 철수

이야기가 있는 15초

  광고 관련된 활동의 처음은 마케팅 동아리였다. 첫 룸메이트를 따라 가입한 동아리로 그 이후로도 여러 룸메이트를 따라서 했던 가지각색 활동들의 시작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마케팅 동아리지만, 마케팅 학회보다는 공모전 헌터들에 가까웠다.  공모전 사이트에서 되겠다 싶은 공모전을 노려서 도전했다. 주로 디자인 요소가 적게 필요한 아이디어나 전략 공모전이 주요 타겟이었다.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해서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었다. 공모전을 하다보면 야식도 먹고 밤도 샜다. 몸은 힘들어도 즐거웠다.


  UCC 공모전을 참가하게 되면서 처음으로 프리미어라는 동영상 편집 툴을 사용해 보았다. 지금은 빠릿하던 작업도 그때는 답답하고 느렸다. 요즘 애들에게 말하면 뭔지도 모르는 UCC 는 그 당시에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트렌드였다. 우리는 립톤의 UCC 공모전을 지원을 했는데, 밀고 나간 컨셉은 립톤 아이스티를 브랜드에서 확장해서 에너지 드링크를 노리자는 내용이었다. 아이스티 - 에너지드링크랄까. 영상 속에서 나는 수치스럽게도 대사도 있고,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도 있고 (스피드를 강조하려던 의도 였던 걸로 추정된다) 여튼 꽤나 본격적이었다. 다행스럽게도 대상을 타서 립톤도 실컷먹고 고기도 실컷 먹었다. 그러나 우리의 노력이 아쉽게도 립톤의 홍보 방향에 실제로 활용된 적은 없었다. 그 때는 아쉬웠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딱 학생수준의 내용인데다 펩시코는 내부에 다양한 라인업이 있어서 굳이 립톤 브랜드를 이용해 카테고리로 확장할 일은 없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마케팅 동아리가 룸메이트가 손을 뗀 뒤에 흐지부지 해체되고 나서는 광고와는 먼 삶을 살았다. 그러다 다시 마케팅에 손을 대게 된 것은 창업 동아리에 들어 간 다음이었다. 우리는 학교로 부터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을 받아서 교내 창업 관련 행사를 교내외에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는데, 그 중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툴이 페이스북 광고였다. 처음으로 광고의 상세를 정하고 키워드를 정하고 그 광고가 효과를 추적하는 경험을 하면서 재밌었다. 페이스북은 그들의 말마따나 누구나 효과적으로 광고할 수 있는 도구였다. 그 당시에 많은 실험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디자이너가 있고, 또 광고 목적을 달성하고도 한참 남는 정도의 예산이 계속 주어져서 가능한 일이었다. 도달, 타겟, 키워드, 인구 조성 을 비롯해 타겟 마케팅에 대해서 많이 배웠다. 마케팅 집행 중에 페이스북에서 알아서 최적화 해주는 기능을 출시했다. 써보았으나 직접하는 최적화가 효율이 더 좋아서 광고 대행 업체들이 먹고 사는 이유를 알 듯 했다.


  첫 직장은 마케팅에 돈을 뿌리는 회사였다. 그 회사에서 강남역 기둥에 태운 돈만 해도 건물하나를 사고 남을 테다. 온보딩에서 매출-비용 테이블을 보여줬는데, 그 테이블에는 마케팅에 지출한 돈이 1년간 50억인데, 매출이 50억이고 그 외 추가적인 비용이 마케팅 비만큼 들었다고 써있었다. 회사가 아직도 BEP엔 도달하지 못했겠지만 매출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듯하다. 과연 그 회사는 마케팅을 쏟아부은 돈을 다 회수할 수 있을까? 규모의 경제는 간식바를 통해서 미래의 풍족한 보상을 암시하는 듯했다.


  다음 직장에선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면서 성장률이 내 평가에 직결이 되는 경험을 했다. 탐욕적으로 유저정보를 수집하는 회사였는데, 유저에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의 선을 넘나드는 마케팅과 운영 정책, 개인정보 수집이 많았다. 이런 탐욕이 어느정도 까지 합리화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네카라쿠배를 외치는 패스트캠퍼스와 허구헌날 타임딜을 하는 아이패-영어 강의 패키지 광고가 부쩍 늘어났을 타이밍이었다.


  요즘의 퍼포먼스 마케팅, 페이스북 마케팅 같이 개인정보 털어서 장사하는 마케팅을 보다보면 예전의 광고가 그립다. 온라인 광고가 사기와 기만의 도구로 활용되는 현실에서 어서 벗어나 정말 소외된 많은 상점에 기회를 주는 무엇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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