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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리 Jun 13. 2021

#I AM STEEL STRONG / 우드수탁

이야기가 있는 15초

1. #다 무신사랑해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 우연히 본 카피가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검은 색 배경에 멋있는 남자 모델과 ‘다 무신사랑해’라는 문장이 적혀 있었다. 오래 기다려도 10분인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친 그 카피는 웬일인지 기억에 맴돌았다. 계속 곱씹게 만들었다. 스스로도 모르게 ‘그래! 다 무신사랑 해야지’라고 세뇌를 당하는 느낌마저 들었다. 대단히 어려운 말도 아니고, 브랜드 네임 ‘무신사’와 심플한 명령문인 ‘다 해라’와 ‘사랑해’라는 뜻을 조합해 만들어 낸 6글자. 대단한 영상물도 아니고 자주 쓰는 문구들의 조합인 그 문장을 보고 나니 왜 스스로 저런 카피를 떠올리지 못했을까 자괴감마저 들었다. 대단한 모델이 나오고, 어려운 영어가 섞인 문장들, 스토리가 탄탄한 여느 광고보다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광고가 아닐까. 명령문이라 그런지 논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왜 다 무신사랑 해야하냐는 미지수다) 왠지 다 무신사랑 해야 할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히게 만든다. 심지어 약간의 ‘사랑했나..?’ 싶은 기분마저 느끼면서 말이다.



2. #I AM STEEL STRONG


  화면 저편에서 ‘꼰대’들의 “너는 맨날 환경 탓, 남 탓! 노오력을 하란 말이야!”, “젊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뭐가 힘들다고”라는 비아냥 섞인 잔소리가 나래이션으로 흘러나온다. 동시에 화면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실패를 거듭해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청춘들, 다크서클이 짙게 베인 회사원, 쓰레기를 버리는 알바생, 연습 중인 무용가, 고시생, 권투 선수들의 모습을 차례대로 보여준다. 그리곤 “겨우 이정도?”라는 후려치는 어조의 나래이션에 “뭐래”라고 기죽지 않고 당당하게 대답한다. 그리곤 ‘나는 악바리라 강하다’, ‘나는 나다워서 강하다’, ‘나는 즐기니까 강하다’, ‘나는 나를 믿기에 강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마지막으로 “원래 강한데?”라는 당찬 문장을 내뱉는다. 마지막으로 #I AM STEEL STRONG 이라는 포스코의 ‘철’과 강하다는 광고의 주제를 적절하게 섞어낸 카피로 마무리된다.

  이 광고를 접한 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거절들 사이에서다. 내가 향하는 길이 맞는지 고민하고, 스스로의 노력의 양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며 스스로를 갉아대던 시기. 그래서인지 심하게 감정이입 해버렸다. 스스로에게 그저 ‘강하다’고 주문을 외우며 누군가의 깎아내리는 말에도 기죽지 않는 모습은 꽤나 위로와 응원이 되었다. 그래서 면접을 보기 직전이나, 멘탈이 쪼그라드는 순간에 광고를 다시 찾아보고 갈비뼈 한 개 정도는 더 일으켜 세웠다. 아직도 이 광고를 가끔 꺼내 보곤 한다. 누군가에겐 그저 포스코가 젊음을 응원하는 브랜드 이미지 광고일 수 있지만, 나에겐 광고에 나오는 모델들과 나를 엮어 함께 응원하고 위로하는 스토리다.

  시간이 흘러도 당시의 힘들고 무너지던 장면이 떠올라 순간 울컥하게 만드는 한 갈피가 되었다. 그저 한 브랜드의 포장지일 수 있는 광고가 내 인생의 한 페이지가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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