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리 Aug 12. 2021

개미는 뚠뚠 오늘도 뚠뚠 출근을 한다 / 우드수탁

일의 기쁨과 슬픔

  지긋지긋한 코로나는 사람들 사이에 거리를 만들었다. 가족들과의 외식에도 때아닌 가족간계증명서를 지참해야 했고 마스크는 입 뿐 아니라 마음까지 닫게 만드는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회사 가기 싫어'를 외쳐대던 우리는 정말 회사를 가지 않고 집 책상으로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아침에 지옥철에서 벗어나니 행복했고 9시 29분에 일어나 9시 30분에 출근하니 (언제나 바라왔던) 순간이동이라는 능력을 가진 듯했다. 스피커로 카페 노래를 틀어놓으면 그 곳이 카페요, 숲 속 ASMR을 틀어놓으니 그 곳이 제주도 오름이었다.


  이렇게 재택이라는 문화가 정착되길 바랬고, 단계가 낮아지기 무섭게 회사로 불러들이는 상사들을 꼰대로 만들어 씹어댔다. "대체 왜 꼭 한 공간에서 일을 하고 싶은거야? 각자 맡은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으휴 꼰대들". 우리의 바램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타노스가 진짜 손장난을 치는 것인지 생각보다 꽤 잦은 빈도로 집에서 출근을 하게 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재택이 주는 낯선 기분과 마주했다. 집에서는 확실히 일을 하는 효율이 낮았고 대면으로 1분이면 해결될 문제도 메신저나 전화로 하니 5분이 걸렸다. 퇴근이라는 데드라인이 없으니 하기 싫은 일은 하염없이 미뤘고, 어느새 새벽에 앉아 일을 하는 횟수도 잦아졌다.


  공간이 주는 힘일까. 아니면 역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건가. 재택을 하다 회사에서 일을 하니 왜인지 활기가 돌았다. 일도 훨씬 빨리 처리할 수 있었고 오히려 여유로운 기분마저 들었다. 오랜만에 점심 외식을 하는 것도 꽤 좋았다. 가끔은 욕 나올 정도로 미웠던 회사사람들도 오랜만에 보니 반가워 재잘대게 되었다. 아마 재택이 아니었으면 절대 느낄 수 없었을 기분일 것이다. 회사가 꽤나 반갑게 느껴지고, 회사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좋다는 기분이 든다니. 누가 끌어내지 않으면 하염없이 집에 녹아 들어 이틀이고 삼 일이고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는 집순이라 억지로 외부 활동을 하게 만드는 회사 출근이 꽤 마음에 들었다.


  집이든 회사든 일을 시작하고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은 같지만 그 공간의 이동은 일을 마주하는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들었다. 집은 일과 본능(누워있고 싶다...) 사이에 끝없는 사투를 만들고 일의 슬픔은 한 몸 던져 오롯이 받아내 그대로 웅크린채 잠들게 만든다. 슬픔을 떨쳐낼 일(Work)과 일상(Life) 사이의 틈이 없는 것이다. 회사라는 공간은 재택이라면 의미없을, 옷을 입고 지하철을 타고 사회생활이라는 명목하의 의미 없는 대화들을 만들지만 그럼에도 그 일과 일상이 공간으로 명확하게 구분된다. 일단 회사를 벗어나는 순간만큼은 일과 멀어지니까.


  물론 누군가는 어떤 공간에서든 명확하게 일과 일상 사이에 선을 긋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지가 약한 일개미 본인은 공간이 분리되어야만 일을 일대로, 일상을 일상대로 살아낸다. 집이나 일상에서 느끼는 일의 슬픔보다는 회사라는 공간이 주는 피로함에 깃든 슬픔이 오히려 낫다. 혼자 일하는 업무가 아니다 보니 기쁨도 나누는 것이 더 좋다. 기쁨은 확실히 나누면 두 배가 되는 것이 틀림없다. 그렇게 어느새 개미는 회사로 출근하는 전 날 짐을 미리 싸둔다. 출근길에는 점심으로 뭘 먹을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오늘도 뚠뚠 개미는 뚠뚠 회사로 향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무지' 무서워 / 우드수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