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회사와 집만을 왕복하는 삶을 살고 있다. 코로나 그리고 피곤한 회사 일을 핑계로 적극적으로 동굴 생활 중이다. 심지어 요즘은 집순이 중에서도 악명 높은 동굴 입주민이다. 요즘은 유튜브다 넷플릭스다 통근길을 함께 해주는 외국 친구들이 있고, 달리는 쿠키 친구들과 맵 속을 질주하다 잠이 든다. 가끔은 (사람)친구들과 연락 한 번 주고받지 않은 채 잠이 들기도 했다. 친구들이 나의 이런 모습을 누구보다 이해해주기에 관계가 틀어질까 염려하진 않지만, 이해해주는 만큼 더 잘해야 하는 데 소중함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나는 누구와도 잘 지내려 하지만, 누구와도 친해지지 않으려 노력할 때가 많았다. 그럼에도 친해지고, 또 멀어지는 순간들이 있는데 크게 상처받지 않고 흘려 보낼 수 있었는데 내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착각했다. 올해에 상황과 타이밍이 잘 들어맞아, 꽤나 친해진 A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최근에 A를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내가 관계에 크게 상처받지 않고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소중한 친구들 덕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A는 가끔 거짓말을 했다. 굳이 필요 없는 사소하고 하찮은 거짓말이어서 짚어내기도 민망했다. 처음엔 아무래도 사적인 얘기를 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라 그런 거짓말을 하나 싶었는데, 지내고 보니 친한 친구에게는 더 숨기고 포장하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포장하고 꾸미고 싶은 모습이 있지만, 진정한 친구는 진솔한 모습을 꾸밈없이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 나로서는 희한하게 느껴졌다. 물론 친구라고 모든 것을 알려주고 보여주진 않지만, 굳이 거짓말을 해 포장하지는 않는다. 이리저리 포장을 하고 말을 바꾸는 A가 어떤 이유에서인지 그런 거짓말을 하는지 짐작은 했지만, 시간을 쏟고 싶은 사람은 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결국 멀어졌다.
A와 멀어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동시에 나는 왜 굳이 포장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나라는 생각해보니 몇몇 이름의 답이 떠올랐다. 인생에서 당연하게도 평생 함께 할거라고 그려지는 친구들의 이름. 동굴에 들어가도 어김없이 나를 찾아내, 연락이 안된다며 서운해 해주고 보고 싶어 해주는 친구들.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었던 시절에도, 가장 즐거웠던 시절에도 함께 했던 그 친구들 덕분에 나는 나를 꾸밀 필요가 없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아껴주는 비슷한 온도의 친구들이 이미 곁에 있으니, 온도가 다른 사람을 만나면 노력은 하지만, 절절하지 않았고 나를 아프게 하는 사람과는 곧 거리를 둘 수 있었다.
사람 간의 문제가 제일 어렵다고들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직장은 물론이고, 친구와도 때론 부모님과도 어렵게 느껴지는 시간들이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문제를 풀어 보려 노력하고, 때때론 소나기 채점지를 받아도 툴툴 털고 일어날 수 있는 건 공기 빵빵한 에어백, 진정한 친구가 있기 때문이다. 친구들을 마음 깊이 아끼고, 소중해하는 만큼 그들도 나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음을 안다. 이제 간직하지만 말고, 말하고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다짐한다. 마지막으로 죠지와 수민의 ‘아껴줄게’라는 노래의 가사로 마무리해본다. 아껴줄게.
“늘 그래왔듯이 넌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인걸 생각해보면 문득 고마워. 그냥 모든 게 다 날 안아줬던 행복들이야. 그 동안 몰라줘서 미안해. 물도 더 잘 줄게. 오래도록 내 옆에 쭉 머물러줘. 내가 다시 아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