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핍이 나를 완성할 때

좌절 도피 일상 나눔

by 예하

마지막 점을 아직 찍지 않았다

99개의 점이 나를 종결시켰다 해도

마지막 한 놈만은 내가 막아보겠노라 이렇게 버티고 있다


결핍은 나를 집어삼킨다

내가 마치 공기로 이루어진 것처럼

한없이 나를 가볍게 비워낸다

그 가벼움은 결국 나의 소멸을 진행한다


가진 게 많아서 비워내는 게 아니라

허락되지 않아서 내 육체마저 뜯어내는 기분이다


그래, 팔다리 없어도 살 수 있지

그래, 어둠 속에선 눈도 필요 없지

그래, 원하지 않으면 결핍이란 것도 사라지겠지

그렇게 결핍마저도 사라지면 평온해질 줄 알았다

채워 넣는 종결이 아니라 그마저도 포기하는 종결로

온전한 평온을 맞이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몰랐다

숨 쉬는 것에도 뭔가가 필요했다

잠들기 위해서도, 아프지 않기 위해서도 끊임없이...


보이는 것은 빙산의 일각이고

그 아래 단단히 뿌리박힌 내 존재의 결핍, 그것을 발견했다

내 존재 자체가 결핍이었다니


막다른 벽에 부딪쳤다

나는 숨 쉬고 싶고 잠들고 싶고 아프기 싫었다

숨 쉬려면 불안을 없애야 했고

잠들려면 안심하고 숨을 공간이 필요했고

아프지 않으려면 적을 무찔러야 했다.


내 어둠 속에서 어머니는 춤추며 말씀하신다

음악이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살까


나에게도 그런 음악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멈춰선다

생각해보니 창피하다

어쩌면 나는 단 하나도 포기한 적이 없다

그저 버릴 수 있는 걸 버린 것 뿐

버리지 못하는 건 버린 적이 없는 것 같다


내가 마지막 점을 막아선게 아니라

그 마지막 점을 만나기 위해 한 걸음씩 나아온 것 같다

그리고 그 점은 마침표가 아닌 말줄임표였다

그렇게 끝나지 않고 계속되어

그것 때문에 또 나는 살겠구나


결핍이 나를 완성할 때

새로운 시작을 알려온다


삶의 삐그덕 거림이 곧 노래가 되어

그렇게 계속되는 거구나

나같은 철부지는 이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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