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다반사
요즘 일곱 살 난 아들은 우주에 아주 푹 빠져 있다.
태양계 행성의 특징을 외는 것도 모자라서 각 행성의 위성 이름까지 줄줄 꿴다.
그렇게 그날도 식탁에 앉아 아이가 한창 습득한 초지구적 지식을 자랑하던 어느 평범한 날 이었다.
저 학습능력이 서로 본인을 닮아서 그렇다는 고슴도치 부부의 다툼에도 아이는 별 관심 없이 우주 책을 읽고 있다.
그때, 대뜸 와이프가 아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근데 그거 알아? 지구는 점점 뜨거워진다?"
"맞아요. 지구는 점점 뜨거워질 거예요."
아들도 어디서 봤던 내용인지 온난화를 알고 있다.
"응, 맞아. 그래서 나중에 너무 뜨거워져서 살 수 없을 때 화성에 가서 살아야 해."
"그러니까. 벌써 이렇게 뜨거운데 이제 어떻게 살지. 서호가 빨리 우주선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내가 맞장구를 치자 아이의 표정이 자못 진지해진다.
"동생도, 할머니도, 할아버지도 전부 태워서 가려면 빨리 만들어야 할텐데."
"큰 우주선이 필요하겠어."
어른들의 진지한 표정연기에 아이는 책에서 시선을 떼고 부모를 바라본다.
무릇 연기는 혼을 실어야 하는 법. 부부는 일부러 아이를 쳐다보지 않고 진지하게 연기를 이어간다.
"그때까지 서호가 우주선을 못 만들면 어쩌지."
"하아... 큰일이네. 더워서 숨을 곳도 없을 텐데."
"머스크랑은 연락해봤어?"
실실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아들의 표정을 슬쩍보니 입술을 앙다물고 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빠!"
깜짝이야.
"아이들은 아주 천천히 크거든요!"
아이가 큰 소리로 말한다. 부담감과 책임감 어딘가에 놓인 마음이, 나 아직 크려면 멀었으니 재촉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진지한 표정에 웃음이 나와 미소를 머금고 볼을 살짝 꼬집어준다.
그래, 아들아. 더도 안바라고 딱 요만큼만 귀여우면서 천천히 크자.
지구는 아빠가 어떻게든 지켜볼게.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