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업(盞業) - 진급

직장다반사 - 모놀로그

by Save Point

어어, 박대리 어서와.


앉아, 앉아.


안주는 내가 먼저 시켜놨어. 여기 고기가 맛있어.


자 일단 한 잔 받아. 나도 한잔 주고.


자, 건배!


크으으으-


자네, 술은 좀 하지?


두 병? 이야. 잘 먹네!


아아 우리때? 우리때는 25도였지. 그렇게 따지면 30도짜리도 있었어.


하하하하. 자 그런 의미로 한 잔 더 받아.


크으으- 빈속에 먹는 것도 묘미야.


음, 그래. 뭐. 말 돌려 못하는 성격이라. 오늘 보자고 한 이유는 알지?


많이 서운했을거 아냐. 진급 말이야.


그래. 솔직해서 좋네. 미안해. 내가 잘 챙겼어야 하는데. 본부 성과가 이렇네, 진급 TO가 저렇네, 이런 변명은 안할께. 내가 미안해.


에이, 이사람아. 아닌게 아니야. 대상자만 놓고 봤을때는 자네가 1순위가 맞아. 그건 누구도 부정 못한다구.


우리 다 어른이지만, 회사엔 또 다른 어른들이 있어. 그들의 논리와 사정이라는 건 우리한텐 때로는 조금 가혹한 부분이 있지.


아이고, 분위기 무거워진다. 자, 한 잔 더 받아.


뭐, 나도 나대로 노력해봤는데 쉽지 않았어. 내년을 위한 거름을 좀 뿌려놨다고 생각하자구.


나? 나도 따박 따박 진급한 적은 없어. 쉽지 않지.


이유랄게 있나. 나보다 잘난 사람도 많았고, 박대리랑 비슷한 이유도 있었지. 그때는 똥차라고, 막차 탄 선배들 먼저 빼주는 문화도 심했거든.


그치. 힘들기는 했는데, 나 때는 버티면 어떻게든 올라는 갔으니까. 요새 젋은 친구들 직장 문화랑은 많이 다르기도 하고.


맞아. 우리때는 입사가 거의 결혼 같았다니까.


안주도 좀 먹고. 자, 잔 받고.


차암. 나도 이 봉급쟁이 생활을 하고 있지만. 출근은 매일하고, 봉급은 달에 한번인데, 평가는 1년에 한번이란 말이야. 그 평가가 내 주도적이기는 한가. 넘이 한 평가 눈으로 보는게 전부인데.


야속할 때가 많아. 어쩌겠는가. 그래도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열심히 하고 노력한거 주변에서 다 알고 있다는거야.


겸손은. 박대리가 우리 팀 살림꾼인거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나.


나도 다 겪어봤는데, 쉽지는 않을 거야. 맘도 치이고, 동기들 과장 대우도 해줘야 하고, 주변에서 괜히 수근거리는 것 같고.


그래. 이미 조금씩 겪고 있겠지.


금방 좋아질거다 이런 소리는 안할테니, 그냥 한 잔 생각나면 언제라도 연락해.


고통도 아는 사람끼리 나눠야지.


자. 그런 의미로 건배.










직장생활을 제법 오래 했습니다. 물론 저보다 더 많이 하신 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지나고 보니, 직급에 따른 고민이나 무게라는 것들이 조금 더 명확하게 보이는 것 같습니다.


제가 들었던 조언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하고 있는 저를 보며 무언가 정리해보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런 형식도 모놀로그(독백)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우선 우기면서 4화 정도로 짧게 마무리 지어보려고 합니다.


제목의 잔업 (盞業)은 잔 잔 자에, 업 업 자를 씁니다. 보통의 직장인은 술 잔을 기울이는게 업무의 연장선이 아닐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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