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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라이팅

by Mynameisanger

https://youtu.be/qAp9n9InGpc?si=q24tplh-C4Xu36Cr


그 교실에 있는 건 고문이었다.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나이에 같은 수업을 들었지만, 그들과 나 사이에는 투명한 막 같은 게 쳐져 있었다.

교실의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섞일 때도 있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현상만 달랐지 결과는 같았다. 나는 그들과 함께할 때도 섞일 수 없었다. 누군가가 나를 그들의 그룹 안에 껴줬을 때 나는 그들과 공감하는 게 힘들었다. 나를 드러내 보이기도 힘들었다. 얼마나 많은 거짓말을 해야 했던지, 얼마나 많은 순간, 이건 이해하지 못하겠지 싶어 침묵으로 대신했던지. 성적이 잘 나왔다고 선물을 사주는 부모에 대한 얘기가 오가고 있는데, 집에 가면 나는 너희들과 다른 계급으로 추락한다는 사실을 알려선 안 됐다. 내가 이곳에서는 사람처럼 대화를 하지만, 집에 가면 동물처럼 묶여 있거나 모욕당하거나 강요받고 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있었나. 말한 적도 있었지만 경원시됐다. 뭐야, 왜 저런 거짓말을 하는 거야, 라는 말을 들었다.

사회에 나오면 좀 다를 거라고 믿었다. 착각이었다. 어떤 자리에서도 꺼내서는 안 되는 말이다. 연인이면 괜찮은 줄 알았다. 하지만 솔직히 털어놓자 바로 버려졌다. 그때가 기점이었을 거다.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다. 일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대화, 핵심만 빼놓은 대화를 제외한다면 진심을 털어놓고 깊이 있게 대화하는 시간은 인생을 통틀어 도대체 몇 십 분이 되는 걸까.

누군가 ‘유교라이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유교문화권에서는 유교적 문화에 반하는 주제는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알아서 그에 맞게 주제를 선택한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학대를 받았다는 사실은 유교 문화권에서는 불효와 연관되는 내용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말할 데가 없어진다. 그렇다면 유교문화권에서 학대를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다른 나라 문화권보다 더 고통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 걸까. 착하고 너그럽고 인정이 많은 사람도, 학대를 받은 사실을 들으면 짧게 위로한 뒤 ‘그래도 부모인데 화해해야지’라는 문장을 입에 담는 게 놀랍게도 악의가 아닌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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