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개요
여행 기간 : 2018년 6 월 - 2019년 4 월
방문 장소 :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플로리다
가격: $ 28000
24 피트 (7.32 미터)
처음엔 $25000 정도까지 예산을 잡았는데 몇 주 쭉 살펴보니 그 가격의 매물이 많지 않았다. 그보다 큰 차는 운전하기 힘들고, 그보다 작은 차는 너무 불편할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차량 구조에서 최대한 작은 차를 찾아 보니 24 피트정도였다.
내가 원했던 차량 조건
예산: 1만불 - 2만 5천불
연식: 5년에서 9년 사이 - 어떤 캠핑장은 10년이 넘은 차는 입장을 제한하기도 한다.
마일: 3만에서 9만 마일 사이
차 길이: 24 - 27피트
차 안에서 서 있을 수 있을 것 - 이게 안되면 차 안에서 뭘하기가 굉장히 불편하다.
화장실, 샤워 시설, 에어컨, 히터, 전기 콘센트
부엌과 탁자 - 식사, 독서, 공부용
침대가 1층에 있을 것 - 2층에 침대가 있으면 매일 사다리 타기 번거롭다.
나에게 차를 판 사람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프랑스계 백인 부부였다. 차를 판 후에는 3개월 동안 보트 타고 지중해를 여행할 거라 했다. 캠핑카 다음 단계는 보트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부부 말로는 보트 생활을 3달 해보면서 보트를 살지 생각해 볼거라 했다. (맞벌이로 돈도 잘 버는 것 같고, 남편이랑 아내의 신체와 외모도 좋고, 성격도 서로 잘 맞는 것 같아서 조금 부러웠다.)
파란 차를 팔고... (Shift라는 중고 매매 서비스를 통해서 팔았는데 괜찮았다.)
하얀 차를 샀다. 고급차는 감가상각이 크다. 3년 사이에 $10000이 넘게 깍였다.
나는 왜 실리콘 밸리 억대 연봉의 직장을 버리고 떠났는가?
(제목을 원래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가?'라고 썼는데 갑자기 잡지나 인터넷에서 본 자극적인 제목들이 떠올라서 나도 한번 써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자극적인 제목들을 쓰는 걸까.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일까?
사실 억대 연봉이긴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엔지니어(프로그래머)는 큰 회사의 경우 초봉이 1억이 넘는 경우도 많다. 연봉으로 따지면 프로그래머 > PM > 아티스트 순이다. 하지만 집세나 의료 보험을 비롯한 물가가 높아 전반적인 생활 수준은 한국 연봉 기준 7천 - 8천 정도 였던것 같다.)
미국에 온 지 십년 정도 되었는데 참 바쁘게 살았다. 동부에서는 대학원 다니느라 바빴고, 졸업 후에는 직장 구하느라, 취직 후에는 안 짤리느라 그리고 팀이 커지면서 승진 하느라, 다음에는 집 사고 차 사느라, 그 와중에 회사가 문닫을 때는 새로운 회사 구하느라, 새 회사 들어가서는 영주권 구하느라 바빴다. 중간 중간 잘 되지도 않는 연애를 위해 노력하느라도 바빴고.
물론 중간 중간에 여행도 짧게나마 가고, 게임도 많이 했지만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시장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노력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신분, 직장,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니 다음 단계는 연애와 결혼인 것 같았다. 그렇게 1-3년 사이에 연애와 결혼을 하게 되면 애 낳고 하면 아이가 대학 갈 때까지 혹은 대학 졸업 때까지 앞으로의 20년에서 25년 정도의 인생이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전에 인생 머 있나? 내 인생은 머가 있을 것 같다. 내 인생도 그렇게 가는 건가? 게임 회사에 이렇게 쭉 일하게 되는 걸까? 더 나은 다른 일이 있는 걸까?... 하는 직업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얘기를 평소에 존경하는 50대의 상사에게 했더니 "내가 보기에 너는 중년의 위기 (middle life crisis)인 것 같다"라고 말해줬다. 나는 나이가 40이 아니고 (당시 나이 35세), 결혼도 안 했고, 얘도 없는데 왜 중년의 위기라고 하냐라고 물어봤더니 중년의 위기라는게 자기 인생이 어떻게 될지 쭉 보일때 (life trajectory) 찾아 오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쉬는 것도 좋을거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캠핑카를 타고 미국 횡단하는건 참 오래전부터 꿈이었다. 아마 10년 전 미국 올때 쯤에도 그런 생각이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서점에서 우연하게 구입하게된 Van Life라는 책을 읽으면서 캠핑카 여행으로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래서 갔다.
쓰다가 떠오른 짧은 생각들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 30살 정도 되었을때 한국 서점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라는 책을 우연히 보고 구입했는데 참 감명 깊게 읽었다. 그 책 살때 나이가 비슷해 보였던 직원분이 나를 보면서 나이가 그렇게 안 많아 보인다라고 하길래 미리 준비해야죠 라고 했다.
책 예스24 링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7848408
중년의 위기 - 주변에 나이가 좀 있는 동료들에게 물어 보니 중년의 위기를 경험 했던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다. 친했던 같은 팀 미국 아저씨 (50살)는 40대에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우울해져서 무릎이 부상 당할 때까지 계속 조깅을 했다고 한다. 엄청 우울한데 왜 우울한지를 몰라 혼란스러웠다고. 그렇게 두 달 정도가 지나자 그 우울한 마음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약도 먹었다고 했다.
안식년 - 성경에 하나님도 천지 창조를 할때 일요일(7일째)에는 쉬셨다. 7년마다 한 번씩 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시간을 다시 가지기는 가정이 생겼을 때는 참 어려울 것 같다. 가족 부양을 위해서 돈 계속 벌어야 할테니까.
상사가 해준 자기가 쉬었던 이야기 - 자기도 EA(Electronic Arts)라는 큰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가 스톡 옵션도 잘 되고 하는 중에 2년 쉬었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자기는 동네에서 자전거 타면서 쉬었다고. 다 큰 딸이랑 샌프란에서 엘에이 자전거 타고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쉴 수 있을 때가 있으면 쉬는 것도 좋다고. 그래서 나는 이해해주고 조언해 줘서 고맙다, 근데 왜 일 다시 했냐라고 물었더니 의료 보험 때문이라고... 나도 직장 그만둔 후에는 의료 보험으로 한달에 700불 정도 내야 하는데, 가족이 있으면 1500불 이상 될테니 상사의 심정을 이해한다.
떠날 마음을 정하고 상사랑 회사에서 얘기를 한 다음에 자리로 와서 앉아있다가 키보드를 뒤엎으며 소리쳤다. "더 이상은 못 참아! 나 회사 때려친다!" (I can't take this anymore! I QUIT!). 옆에 있는 동료들은 깜짝 놀랬다. 상사(그리고 상사의 상사)한테는 미리 얘기해놔서 상사들은 그냥 웃었다.
* 모니터를 뒤집을까 했지만 뒷정리가 어려울것 같았다. 내가 장난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다
* 좀 있다가 얘들한테 사실대로 얘기했더니 다들 웃고 부러워했다. 미국 얘들도 이런 장난 좋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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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캘리포니아 - 새크라멘토, 타호, 리노, 스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