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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지현 Jul 03. 2019

0 캠핑카로 미국 횡단

여행의 개요  

여행 기간 : 2018년 6 월 - 2019년 4 월

방문 장소 : 캘리포니아, 네바다, 애리조나, 뉴멕시코, 텍사스, 루이지애나, 앨라배마, 플로리다

노란 별이 기억에 남았던 장소였고, 청록색 세모가 밤에 머문 곳이다.


캠핑카 (RV) : 2009 씨보레 프리덤 익스프레스

가격: $ 28000

24 피트 (7.32 미터)

처음엔 $25000 정도까지 예산을 잡았는데 몇 주 쭉 살펴보니 그 가격의 매물이 많지 않았다. 그보다 큰 차는 운전하기 힘들고, 그보다 작은 차는 너무 불편할 것 같았다. 

내가 원하는 차량 구조에서 최대한 작은 차를 찾아 보니 24 피트정도였다.


내가 원했던 차량 조건

예산: 1만불 - 2만 5천불

연식: 5년에서 9년 사이 - 어떤 캠핑장은 10년이 넘은 차는 입장을 제한하기도 한다.

마일: 3만에서 9만 마일 사이

차 길이: 24 - 27피트 

차 안에서 서 있을 수 있을 것 - 이게 안되면 차 안에서 뭘하기가 굉장히 불편하다.

화장실, 샤워 시설, 에어컨, 히터, 전기 콘센트

부엌과 탁자 - 식사, 독서, 공부용

침대가 1층에 있을 것 - 2층에 침대가 있으면 매일 사다리 타기 번거롭다.


나에게 차를 판 사람은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프랑스계 백인 부부였다. 차를 판 후에는 3개월 동안 보트 타고 지중해를 여행할 거라 했다. 캠핑카 다음 단계는 보트라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부부 말로는 보트 생활을 3달 해보면서 보트를 살지 생각해 볼거라 했다. (맞벌이로 돈도 잘 버는 것 같고, 남편이랑 아내의 신체와 외모도 좋고, 성격도 서로 잘 맞는 것 같아서 조금 부러웠다.)


파란 차를 팔고... (Shift라는 중고 매매 서비스를 통해서 팔았는데 괜찮았다.)


하얀 차를 샀다. 고급차는 감가상각이 크다. 3년 사이에 $10000이 넘게 깍였다. 


나는 왜 실리콘 밸리 억대 연봉의 직장을 버리고 떠났는가?


(제목을 원래 '왜 여행을 떠나게 되었는가?'라고 썼는데 갑자기 잡지나 인터넷에서 본 자극적인 제목들이 떠올라서 나도 한번 써보고 싶어졌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자극적인 제목들을 쓰는 걸까.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서일까?   

사실 억대 연봉이긴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서 엔지니어(프로그래머)는 큰 회사의 경우 초봉이 1억이 넘는 경우도 많다. 연봉으로 따지면 프로그래머 > PM > 아티스트 순이다. 하지만 집세나 의료 보험을 비롯한 물가가 높아 전반적인 생활 수준은 한국 연봉 기준 7천 - 8천 정도 였던것 같다.)


미국에 온 지 십년 정도 되었는데 참 바쁘게 살았다. 동부에서는 대학원 다니느라 바빴고, 졸업 후에는 직장 구하느라, 취직 후에는 안 짤리느라 그리고 팀이 커지면서 승진 하느라, 다음에는 집 사고 차 사느라, 그 와중에 회사가 문닫을 때는 새로운 회사 구하느라, 새 회사 들어가서는 영주권 구하느라 바빴다. 중간 중간 잘 되지도 않는 연애를 위해 노력하느라도 바빴고.

물론 중간 중간에 여행도 짧게나마 가고, 게임도 많이 했지만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 보니 시장 조사라고 할 수 있다), 전반적으로는 노력하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그렇게 미국에서의 신분, 직장, 재정적으로 어느 정도 안정이 되니 다음 단계는 연애와 결혼인 것 같았다. 그렇게 1-3년 사이에 연애와 결혼을 하게 되면 애 낳고 하면 아이가 대학 갈 때까지 혹은 대학 졸업 때까지 앞으로의 20년에서 25년 정도의 인생이 어느 정도는 예상이 되었다. 그래서 그전에 인생 머 있나? 내 인생은 머가 있을 것 같다. 내 인생도 그렇게 가는 건가? 게임 회사에 이렇게 쭉 일하게 되는 걸까? 더 나은 다른 일이 있는 걸까?... 하는 직업과 인생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 얘기를 평소에 존경하는 50대의 상사에게 했더니 "내가 보기에 너는 중년의 위기 (middle life crisis)인 것 같다"라고 말해줬다. 나는 나이가 40이 아니고 (당시 나이 35세), 결혼도 안 했고, 얘도 없는데 왜 중년의 위기라고 하냐라고 물어봤더니 중년의 위기라는게 자기 인생이 어떻게 될지 쭉 보일때 (life trajectory) 찾아 오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기회가 되면 쉬는 것도 좋을거라고 조언해주었다. 


그러고 보면 캠핑카를 타고 미국 횡단하는건 참 오래전부터 꿈이었다. 아마 10년 전 미국 올때 쯤에도 그런 생각이 있었던것 같다. 그리고 서점에서 우연하게 구입하게된 Van Life라는 책을 읽으면서 캠핑카 여행으로 생각을 굳히게 되었다.


그래서 갔다. 



Van Life 아마존 링크


쓰다가 떠오른 짧은 생각들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 30살 정도 되었을때 한국 서점에서 '흔들리지 않고 피어나는 마흔은 없다' 라는 책을 우연히 보고 구입했는데 참 감명 깊게 읽었다. 그 책 살때 나이가 비슷해 보였던 직원분이 나를 보면서 나이가 그렇게 안 많아 보인다라고 하길래 미리 준비해야죠 라고 했다.

            책 예스24 링크: http://www.yes24.com/Product/goods/7848408

중년의 위기 - 주변에 나이가 좀 있는 동료들에게 물어 보니 중년의 위기를 경험 했던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다. 친했던 같은 팀 미국 아저씨 (50살)는 40대에 어느 날 갑자기 너무 우울해져서 무릎이 부상 당할 때까지 계속 조깅을 했다고 한다. 엄청 우울한데 왜 우울한지를 몰라 혼란스러웠다고. 그렇게 두 달 정도가 지나자 그 우울한 마음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물론 약도 먹었다고 했다.

안식년 - 성경에 하나님도 천지 창조를 할때 일요일(7일째)에는 쉬셨다. 7년마다 한 번씩 쉴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시간을 다시 가지기는 가정이 생겼을 때는 참 어려울 것 같다. 가족 부양을 위해서 돈 계속 벌어야 할테니까. 

상사가 해준 자기가 쉬었던 이야기 - 자기도 EA(Electronic Arts)라는 큰 게임 회사에서 일하다가 스톡 옵션도 잘 되고 하는 중에 2년 쉬었는데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고. 자기는 동네에서 자전거 타면서 쉬었다고. 다 큰 딸이랑 샌프란에서 엘에이 자전거 타고 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쉴 수 있을 때가 있으면 쉬는 것도 좋다고. 그래서 나는 이해해주고 조언해 줘서 고맙다, 근데 왜 일 다시 했냐라고 물었더니 의료 보험 때문이라고... 나도 직장 그만둔 후에는 의료 보험으로 한달에 700불 정도 내야 하는데, 가족이 있으면 1500불 이상 될테니 상사의 심정을 이해한다. 

떠날 마음을 정하고 상사랑 회사에서 얘기를 한 다음에 자리로 와서 앉아있다가 키보드를 뒤엎으며 소리쳤다. "더 이상은 못 참아! 나 회사 때려친다!" (I can't take this anymore! I QUIT!). 옆에 있는 동료들은 깜짝 놀랬다. 상사(그리고 상사의 상사)한테는 미리 얘기해놔서 상사들은 그냥 웃었다. 

       * 모니터를 뒤집을까 했지만 뒷정리가 어려울것 같았다. 내가 장난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 정도까진 아니다

       * 좀 있다가 얘들한테 사실대로 얘기했더니 다들 웃고 부러워했다. 미국 얘들도 이런 장난 좋아하는 것 같다.


떠날때의 책상. 왼쪽이 샌프란시스코 오피스, 오른쪽이 팔로 알토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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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 캘리포니아 - 새크라멘토, 타호, 리노, 스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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