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나를 평가한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내가 나를 성과로 증명하려 했다.
성과가 곧 나라고 믿었던 것이다.
지금은 나를 증명해 보이려 애쓰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노력한다.
회사 곧 '나'를 정의하지 않아도 된다고
믿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고객의 선택을 돕는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이런 자부심도 실적이 없는 날이면
자아가 무너지는 부담으로 돌아오곤 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자부심은 나에게 지나치게 많은 부담을 안겼다.
이제 나는 고객이 스스로 선택하도록 돕고,
그 결과에 맞게 돈을 지불하는 과정을 함께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한다.
영업자의 능력에 따라 매출이 달라진다고 믿었다.
영업은 실적이 깡패라는 걸 몸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으면 회사 안에서의 사소한 문제쯤은
임원들이 눈감아 준다는 것도.
아마 나는 실적이 주는 편안함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그렇게
고객에게도, 회사에게도
나를 증명하려 애쓰며 살았다.
회사는 여전히 냉정한 공간이다.
다만, 이제는 그 안에서
나까지 함께 얼어붙지는 않는다.
일을 하며 결과는 내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하니 한결 편안해졌다.
달리기와 글쓰기는
회사를 이기게 해 주지는 않았다.
다만, 회사와 나, 그리고 고객과의 사이에
숨 쉴 수 있는 간격을 만들어 주었다.
나는 여전히 회사에 다닌다.
여전히 실적을 걱정한다.
다만 이제는
회사가 나의 전부라고 믿지 않는다.
이 거리감을 만드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고
지금의 나는
이전보다 덜 흔들린 채
다음 날을 맞이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