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질문 앞에서 나는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선뜻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전의 나라면 주저 없이 말했을 것이다.
나는 회사를 대표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예전처럼 회사를 앞세우기보다, 나로서 고객을 대하기로 했다.
요즘 내가 상담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회사를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에게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문제가 해결된 상태로,
고객이 웃으며 매장을 나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번 고객은 이사를 앞두고 테이블과 체어가 필요했고,
구매 여력도 충분한 분이었다.
상담은 오랜 시간 이어지며 그녀가 원하는 가구의 윤곽이 또렷해졌다.
며칠 뒤 쇼룸에서 전시품을 구매했다는 내용을 전달받았다.
추가 상담을 진행하던 중 쇼룸에서 중요 사항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녀는 황당해했다.
이후 전화 연결이 어려웠고 문자에도 답이 없었다.
예전 같았으면 '가능성 없는 고객'이라고 선을 그었을 것이다.
하지만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고,
답이 없어도 꾸준히 연락을 드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방문했다.
쇼룸에서 상담 시 느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돈을 지불하면서도 마치 을이 된 것 같은 억울함,
그동안 쌓여있던 불편함을 토로했다.
내가 만든 감정이 아니었지만, 나는 조용히 옆에 앉아 그녀의 감정에 귀 기울였다.
그리고 최대한 그녀의 입장에서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했다.
나를 지켜보던 그녀는 말했다.
"나 때문에 고생하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새 집으로 입주하시는데 기분 좋게 들어가실 수 있도록
제 선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게요"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매장을 나섰고,
그날 나는 추가 계약을 마무리했다.
예전 같았으면 그녀를 '예민한 고객'이라고 불렀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게 생각한다.
고객이 겪은 문제를
내 선에서 처리할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었다고.
이런 과정이 더 이상 불편하지 않고,
매끄럽게 흘러갔다는 사실이
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고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