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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Jun 28. 2023

코스모스 완독이 머지않았다

매일 읽는 하루, 쓰는 하루로.

약 일 년 전부터 강행(?)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완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여차하면 오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두 달의 호주 배거본딩에도 이 두꺼운 책을 이고 지고 갔더랬지. 그만큼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내 목표가 뚜렷했다. 나는 3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무식한 발상이지만 누군가 코스모스를 3독 한 사람은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했는데, 나도 누군가의 말처럼 제정신이 아닌 경지에 닿고 싶었다. 읽기의 밀도에 따라 제정신 여부의 정도도 달라지겠지만 남은 생은 좀 또라이로 살고 싶은 나에게 코스모스 완독은 찰떡같은 과제다.


어째서 코스모스는 사람들에게 이런 책으로 회자되는 것일까? 완독을 앞두고 그 이유에 대해 내 나름대로 정의를 해본다. 어쩌면 3독 후 이 정의가 좀 더 구체화되고 바뀔 수 있겠지만 오늘의 마음은 대략 이렇다.


1. 지구의 기원부터 시작해 역사, 철학, 수학, 물리, 화학, 예술, 문학 등 존재하는 모든 분야를 총 망라한다.

2. 어벤저스나 이티에서 등장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외계인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구체화한다.

3. 우주 속에서 지구와 인간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 존재인지에 대해, 그와 동시에 인간은 얼마나 운이 좋은가를 사유하게 한다.

4. 우주 어딘가에서 날아온 운석이나 별 때문에 갑자기 지구가 멸망할 수도 있겠다는 위기의식을 준다.

5. 모두에게 '지금'이 같지 않으며 시간이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은 이해가 어렵지만 생각해 볼 만한 주제다.

6. 빛을 삼키는 블랙홀의 존재와 이해할 수 없는 형태의 우주모양에 대한 상상을 제공한다.

7. 지금 밤하늘에 보이는 별은 실시간이 아니라, 수십만 년 전 모습이라는 사실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았다.

8. 대체 어떻게 그 먼 우주를 탐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약간 풀렸다. 전파는 빛의 속도에 가까워 우주 연구의 핵심 기술이다.

9. 우리는 죽었다 깨어나도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

10. 우주의 재에서 탄생한 우리는 핵전쟁을 통해 다시 재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10개를 맞추기 위해 그간 읽은 내용이 빠른 속도로 뇌 속에서 조리됐다. 수개월 간 읽었지만 어떤 충격은 마음에 살아서 읽는 내내 요동친다. 심지어 이 책이 최초에 출판된 지 수십 년이 지났음에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인문고전의 위대함을 말해준다. 우주탐험에 대한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한다 하더라도 칼 세이건이 언급한 내용은 절대 구닥다리 지식이 아니다. 가능한 방법을 모두 동원해 나는 이 지식을 자녀들에게도 반드시 전할 것이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진다. 내가 공대를 나왔고 IT를 전공했다는 사실은 이 책을 읽는데 큰 도움이 됐다. 물리, 화학, 수학을 대하는 자세가 책에서 언급하는 개념을 일부라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아마 그 일부라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진작에 이 책은 컴퓨터 본채를 받치는 용도로 신분이 하락했을지 모른다. 감사하게도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 내가 누구이고 내 삶은 어떤 가치가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차고 넘치는 영감을 받는다. 3독을 달성하는 그날, 나는 어떤 모습일지와 내 마음가짐은 지금과 어떻게 다를지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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