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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Jun 28. 2023

또라이가 되고 싶어서

코스모스 1독의 의미

드.

디.

어.

코스모스 1독을 마쳤다. 처음에는 맨 앞 몇 페이지만 읽고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러고는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아들과 잠들 기 전 번갈아 소리 내어 1페이지씩 읽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았지만 아들과 읽으니 재밌기도 하고 동기부여가 됐다. 아들과 열흘쯤 읽었나, 이 열정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다시 혼자 읽기 시작했다. 일단 서문의 벽은 넘겼으니 끈기를 갖고 읽기로 마음먹었다. 어떤 날은 집중이 잘 돼 10장도 넘게 읽고 어떤 날은 한 문단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선을 다해 읽으려고 노력했다. 수학과 물리, 화학지식을 요하는 글은 고등학교와 대학시절 배운 지식의 즙을 겨우 짜내 읽었다. 그렇게라도 한 페이지씩 넘길 수 있는 것에 감사했고 넘겨지는 책장만큼 마음속에 미묘한 파동이 일기 시작했다.


책의 중간쯤에서, 나는 이 책을 아무래도 두 번 이상은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 코스모스 책을 세 번 읽은 사람은 천재 거나 또라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 둘은 다 내 마음에 드는 캐릭터였고, 어느 쪽이라도 되고 싶었다. 되팔 생각은 추호도 없는 책이었으므로 연필로 줄을 그어가며 읽기 시작했다. 줄을 그으며 읽으니 독서에 가속도가 붙었다. 두 번 읽을 생각에 집중을 흐리는 어려운 개념은 적당히 건너뛰는 꼼수도 생겼다.


호주에도 가져갔다. 부피와 무게를 셈하면 절대 가져가지 말아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열정을 배거본딩에도 불태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결국 캐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 때문에 전자책들에 밀려 스무 페이지도 못 읽는 처참한 기록을 남겼다. '읽고자 했다'는 엉성한 의지만 초라하게 남았다.


2023년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코스모스 3독인데, 오늘 1독을 마쳤으니 큰 산은 넘었다. 그리고 나의 대뇌피질이 화학적으로 팽창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우주의 재로 시작한 지구의 인간이, 다시 우주의 재가 될지도 모르는 위기 앞에 섰다. 우주에 관해 갖고 있던 오해와 궁금증이 해소되면서 나에게는 질문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

이제 그 답을 찾을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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