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이버링 Jun 27. 2023

나의 오래된 취미

yes24 미리 보기


나에게는 나만 알고 싶은 오래된 취미가 있다. 그것은 바로 도서앱 yes24에 접속해 마음에 드는 책을 ‘미리 보기’하는 것이다. ‘미리보기’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도서앱은 휴대폰을 사자마자 제일 먼저 설치하는 앱 TOP5안에 든다. 취미를 시작한 지는 최소 5년이 넘었고 나의 독서 인생에 훌륭한 영감을 주는 소확행이다.


이 취미에는 내 나름대로 정의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1. 장점

- 책의 이름&요즘 출판 시장의 핫이슈를 한눈에 본다.

- 내 감정을 파고드는 보물 같은 작가를 발견한다.

- 지금 내 감정을 꿰뚫는 귀한 문장을 발견한다.

- 프롤로그만 읽어도 영감이 충만해져 지식을 향한 의지가 솟구친다.

- ‘이건 읽어야 해!’ 싶어서 구매 후 종이책이나 이북으로 읽게 된다. 돈을 썼으니 더욱 마음을 들여 읽는다.

- 별 짓을 해도 잠이 안 올 때, 국내도서와 어순이 미묘히 다른 전문번역서를 읽기 시작하면 서서히 잠든다.


2. 단점

 - 책과 저자의 노력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생긴다.

 - 스마트폰에 온몸을 집중해 거북목이 된다.

 

단점에 비해 월등히 많은 장점 덕분에, 나는 앞으로도 이 취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시간과 와이파이가 허락하는 한.


의도가 약간 샜는데,

이 글은 내 취미의 장점과 단점을 말하기 위함은 아니고, 특별히 오늘, 이 취미를 통해 커다란 소득을 얻은 경험을 공유하고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이다.


yes24에 접속하니 ‘오늘의 책’ 코너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가벼운 마음으로 손가락을 밀어보다가 위드코로나가 되면서 다소 식상해진 감이 있는 ‘메타버스’를 주제로 한 책이 눈에 띄었다. 내심 ’아직도 누가 메타버스 운운하는 사람이 있나 봐?‘라고 중얼거렸다. 묵직한 주황색의 현란한 프리즘 배경에 하얗고 두꺼운 글씨로 제목이 도장 박힌, 시선을 강탈하는 표지에 이끌려 손가락을 책 위로 터치했다. 언제나처럼 빠르게 손가락을 밀어내리며 나를 자극할만한 키워드를 찾기에 바빴다. 그런데 거기에 유튜브 영상이 하나 보였다.


보통 때 같으면 영상까지 보지는 않았을 텐데, 운명의 장난일까. 오늘따라 시간의 여유가 넘쳐나기도 했고 마침 내가 앉은자리가 소파라 그런지 편안하게 감상 좀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재생버튼을 눌렀다. 유투버는 10분 남짓의 길지 않은 시간에 애플사에서 상용화를 앞둔 ‘비전프로’ 제품에 들어간 기술력과 출시를 향한 애플사의 노력과 야심, 그리고 메타버스가 현재의 기술을 조용히 대체하며 세상을 또 한 번 바꿀 것이라는 주장을 위인들의 말을 인용해 거들었다. 나는 이 유튜버의 조용한 듯 힘주어 말하는 지식에 단번에 매료되었고 이미 yes24가 아닌 유튜브로 넘어가 ‘에스오디(SOD)’구독을 누른 뒤 최신 영상을 연달아 시청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신이 나서 영상을 시청해 보기는 참 오랜만이다. 급기야 노트를 가져와 메모도 시작했다. 짧게 파악한 바로, 이 유튜버는 ‘하이젠버그’라는 회사를 차린 30대의 젊고 말끔한 남성인데 반도체를 전공한 공학 전문 크리에이터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었다. 과학분야가 시사, 경제, 역사 등에 얽힌 스토리를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의도에 적중한 유튜버였다.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를 ’블루투스 수도꼭지‘라고 표현하질 않나, 반도체의 다양한 분야를 빵 굽기에 표현하질 않나, 듣는 내내 귀에 쏙쏙, 눈에도 쏙쏙 들어오는 영상으로 가득했다. 이런 능력을 가진 이 사람에게 경외감이 들었다.


내가 이 사람 처럼 되고 싶은 건 절대로 아니다. 그의 노력을 가늠해 보자면 내가 따라 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다. 결코 이 일이 쉬울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내 경외심은 이 사람의 노력을 칭찬하기에 떠오른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끌어당겼을까?


그것은 바로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는 데에 있다. 어쩐지 이 사람이 공들여 만든 영상을 시청하고 IT를 전공자인 나의 최소 지식을 활용해 관련분야 밀도 있게 접근해 본다면 미래를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준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겼다. 나는 이 유튜버의 영상을 ‘레버리지’하기로 결심했다. 뿐만 아니라 자녀를 키우는 어미로서, 지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미래에 먹거리가 이렇게나 무궁무진하다는 것, 그리고 성인이 되어 의미 있는 직업을 가지려면 지금 나는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와 자녀에게 어떤 소양을 길러줄 지에 대한 고찰이 시작됐다. 나의 오래된 취미가 내 관심을 송두리째 바꿔 준 것이다.


이런 각오는 금방 식어버린다는 약점이 있다. 그래서 오늘은 특별히 지금의 각오를 글에 가두기로 했다.


일단 그가 추천한 책은 ‘메타버스 모든 것의 혁명’이다. 마크 저커버그가 이 책의 저자  ‘매튜 볼’과 이야기를 나눈 뒤 페이스북의 사명을 바꾸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어째서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라고 바꿨는지, 저커버그의 숨은 의도가 소액주주로서 궁금했다. 그 답응 이 책이 해줄 거라 확신한다. 그 답은 미래를 향해 사는 나 같은 소시민에게 크건 작건 나비효과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 나아가 이 책을 소개한 유투버의 추천 도서를 읽어 볼 의향이 있고, 유투버가 강조한 과학분야와 미래의 먹거리, 지금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에 대한 공부를 다시 시작해보려고 한다. 부디 오래된 취미로부터 제공받은 희망과 기대가 오래 유지되기를 바란다.


매거진의 이전글 또라이가 되고 싶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