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덧이 무슨 죄
둘째를 가졌다는 걸 알자마자 폭풍처럼 밀려든 입덧. 그냥 누워 지내기 일쑤다. 사 먹는 음식들은 변변치 않고, 해 먹기는 더 힘들고. 아이를 낳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알면서도 또 가진 나 자신이 우습다.
어느 날 무거운 몸을 이끌고 엄마집에서 대강 끼니를 때우고 가려고 앉았는데, 시금치 나물이 상 위에 올려졌다. 직접 내린 참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엄마의 시금치나물은 어릴 때부터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반찬 중 하나였다. 희고 쫀득한 밥 한 공기를 시금치나물과 함께 그 자리에서 해치웠다. 다른 반찬은 젓가락도 안 댔다. 이상하게도 엄마가 차려준 밥은 별 반찬이 없는데도 그렇게 맛있고 고소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음식을 먹은 것을 몸이 기억하는 걸까? 갑자기 눈물이 났다. 호르몬 때문이다. 임신을 하면 마음이 조금만 얇아져도 금세 눈물이 났다. 엄마가 해준 밥이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 엄마가 없으면 이걸 얼마나 그리워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눈물샘이 고장이 났다. 엄마가 없으면 내가 이 시금치나물을 먹지 못하게 될까 봐. 또 임신할 것도 아니면서 마음속으로 외쳤다.
"엄마, 절대 죽지 마! 아니, 나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