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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이버링 Apr 28. 2024

보여주려고 잘하면 좀 어때?

실행의 동기

“저희 남편은 SNS에 자랑하는 게 목표였어요. 너무 웃기지 않아요?


공인중개사 자격증은 가볍게 마음먹고 딸 수 있는 종류의 자격증이 아니다. 특히나 직장인이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따려면 퇴근 후나 주말을 공부에 할애해야 할 텐데 자녀가 어릴 때에는 더욱이 공부할 시간을 만들기 어렵다. 남편이 현실의 어려움을 이겨내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거머쥔 동기가 ‘SNS에 자랑하려고’라니, 웃기지 않냐고 묻는 지인의 말에 이렇게 답했다.


”전혀 웃기지 않아요, SNS에 올리는 게 동기가 됐다는 사실이 저는 너무 멋진걸요. 요새는 SNS 보면서 자존감 떨어지고 열등감만 느낀다는 사람이 태반인데, 남편분 진짜 훌륭한 사람이네요. 존경합니다.“


”어머, 무슨 그런 말씀을요, 과찬이세요.“


”자랑하고 싶어서 열심히 공부했다는 말이, 정말 솔직하고 좋아요. 사실,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사람들은 다 감추잖아요. 주위에서 내가 잘 되면 질투할까 봐.“


”그래서 저도 남편한테 그랬죠, 무슨 애도 아니고 자랑하고 싶어서 열심히 했다니, 제가 애를 세 명을 키운다니까요.“


쌍둥이를 둔 그녀는 남편도 자녀수에 포함해야겠다며 웃었다. 순간 나는 ‘어린아이의 마음’에 대해 생각했다.


“우리도 아이를 키우잖아요, 어린이들은 참 솔직하고요. 자랑하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참 예뻐요. 자랑한다는 건, 칭찬받고 싶다는 말이잖아요. 무슨 동기든 간에 열심히 할 수 있다면 저는 SNS를 활용하는 것도 진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뭔가를 배우기 시작하는 데는 그리 거창한 이유가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있어 보이려고, 젠체하려고 시작하면 좀 어떻습니까? 수많은 위대한 일의 최초 동기는 작은 데서 시작합니다.
한동일 <라틴어 수업> 중에서


인스타그램이 가진 양면성을 차치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SNS를 잘 활용하는 이들은 현명하다.


인스타에 자랑하려고 공인중개사 땄다는 그 사람.

인스타에 인증하고 싶어서 벽돌책 다 읽은 그 사람.

인스타에 올리고 싶어서 집을 광나게 청소한 그 사람.

인스타에 공유하려고 예쁘게 상차림한 그 사람.

인스타에 오늘 착장 뽐내려고 오늘 차려입은 그 사람.

인스타에 쓴 글 맞는지 맞춤법 찾아본 사람.


인스타를 핑계 삼아,

순간과 일상과 인생을 멋지게 다림질 한 사람들.

SNS의 노예가 아닌 진정한 주인이다. 참말로 멋진 사람들이다.


혹시, 당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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