료의 생각 없는 생각을 읽고
세상에서 가장 멋진 도서관 ‘Library in the Sky’
<료의 생각 없는 생각>, 료 지음
나라면 소화하기 힘들 분명한 메이크업과 옷차림, 그녀의 인스타그램 속 일상이 내 관심을 끈 것은 따라 하고 싶은 스타일이 아니라 자기 취향을 확실히 아는 이의 일상을 엿보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을 다독일 용기를 얻었기 때문이다. 좋아지는 게, 끌리는 게 있으면 좀 끌려가봐도 괜찮지 않냐고 책이, 료가 묻는다. 나는 아니라고 답할 이유가 없다.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을 마음껏 표현할 때, 그것을 아무 편견 없이 흥미롭고 다채롭게 받아들여주는 세상은 생각만 해도 여유롭고 멋이 흘러넘치는 세상” p.183.
료의 글은 비유하자면 ’ 내 남편의 아들의 엄마가 나‘라는 당연한 사실을 당연하지 않은 것처럼 말한다. 마치 나를 살게 하는 공기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새삼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공기에 감사하게 되는, 리추얼이다. 찬찬히, 느리게 읽는 명상이다. 결말이 궁금해 미치겠는 소설을 읽듯이 읽어서는 결코 얻을 수 없는,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멈추고 ’료‘가 되어보기로 결심한 사람에게만 주어자는 흘러넘치는 기쁨이다.
버릴 것 없이 당당한 사진들과 너무 길지 않은 독백들은 읽는 나로 하여금 내 삶의 쓸모에도 높은 값을 매길 수 있지 않겠느냐 스스로에게 묻게 했다. 어떤 동화의 결말처럼, 그녀가 부러운 게 아니라, 내가 들고 있는 패가 알고 보니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귀한 보물지도였다는 깨달음으로 답한다.
누구보다 분명히 아는 사실은, 타국에서 젊은 시절을 보낸 경험은 자국의 삶 이러저러한 모양새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삶의 다양성을 온몸으로 체득한 이들이 용기를 내면 <런던베이글뮤지엄> 같은 전에 없던 새로운 브랜드가 탄생한다. 런베뮤의 소비자는 빵 ‘베이글’을 먹는 것에 그치지 않고 창작자의 영감과 경험과 동기에 호기심을 갖게 된다. 그가 얼마를 벌고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알려고 하거나 질투할 필요가 없다. 그저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꾸준하고 성실하게’ 했을 뿐이니까. 그 ‘보물지도 속 나로 사는 일’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직접 따라 해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실습서 같았다.
료는 나다움을
“물끄러미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고, 가지런히 자기만의 자리에 놓아두는 일이 어쩌면 가장 나다운 일일지도 모른다.”라고 했다. 혹 이건 Savoring이 아닐까. 온전히 나의 감정에 충실하는 것. 그래서 ‘너무나’와 ‘많이’ 같은 단어를 너무나 남발하더라도 절대 싫지 않은 것.
"자신을 더 알고 싶다면 사소한 것이라도 표현하는 시간을 늘려봐요. 다른 사람의 말이 아닌, 내가 제일 잘 아는 진짜 나의 언어로요.“
SNS에 나를 노출하는 일이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이런 검열이 필요하겠다. ‘보여주기’ 위한 장면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기 위한 목적이어야 한다고. 전자는 타인을 위함이고 후자는 나를 위함일 테니.
여행지에 가져갈 책으로 개성이 듬뿍 담긴 이 양장본을 선정한 나를 칭찬한다. 이 책의 사진들과 몇몇 글귀들 덕분에 여행 중 불가피한 고단함을 이겨냈다. 어떤 책은 문장들로 묶인 보이지 않는 보물지도를 툭 내려놓고 떠난다. 마치 <월리를 찾아라>에 숨겨진 단서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