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사람, 꾸준히

by 주은

작가들의 이야기를 수집하고 있다. 소설을 읽기 전에 그리고 읽은 뒤에 작가의 말을 두 번 곱씹어 읽는다. 이 이야기는 도대체 어떻게 시작했나요, 어떤 마음으로 썼나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나요. 이 질문의 답을 찾고자 행간을 더듬는다. 소설의 줄거리를 곱씹기보다 작가의 말속에서 떠오르는 아이디어와 영감을 붙잡는다.


작가기 쓴 일기를 훔쳐 읽는다. 내 일기와 무엇이 다를까, 그들의 일상은 어떤 모양일까. 최근에 야금야금 읽고 있는 건 버지니아 울프의 울프 일기. 쓰는 사람은 다 똑같구나 싶은 대목이 많았다. 다른 사람의 반응을 예민하게 살피며 이 평론가가 저 출판사가 툭툭 던진 말들을 일기에 다 적어뒀네. 내 글이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히는지 궁금한 마음. 사랑받고 싶은 마음. 다른 작가의 글을 감탄하는 동시에 질투하는 마음까지.


작가들의 루틴, '쓰는 사람의 하루'는 또 어떨까. 여러 소설가들이 자신의 루틴을 밝힌 책을 읽었다. 거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한 건 바로, '산책'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늘 성실하게 달리고 쓰던데. 쓰기와 걷기는 뗄 수 없는 단짝일까. 나도 루틴에 걷기를 넣으면, 쓰기가 따라와 줄까. 뭐든 쉽게 얻어지는 건 없고, 작가들도 무던히 고군분투한다는 점에서 묘하게 위로를 받았다. 좁혀진 거리감. 우리 모두 동일하게 주어진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기 위해, 그 안에서 무엇이라도 쓰기 위해 애쓰고 있구나.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 고 다짐해 본다. 매번 다짐으로 그치는 것 같아 머쓱하지만, 새로운 다짐은 또다시 나에게 힘이 되어주니까. 거침없이 토해낸 감정으로 가득한,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일기 말고. 글 뒤에 읽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의식한 글을 쓰겠다! 쓰기는 어렵고 키보드 앞에 앉기까지 수많은 장애물이 버티고 있지만(정말로, 이제 좀 쓰려고 하면 아기가 깬다!) 또 막상 앉아도 문장이 착착착 쏟아 나오진 않지만, 그래도 무언가 쓰고 있는 내 모습이 아주 마음에 든다. 활력을 주고 기분 좋은 도전감을 주는 이 행위가 확실히 나를 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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