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되어 참여한 공개수업

부제: 문화센터 수업

by 주은

남편이 복직한 후 나 홀로 육아 일상에 이벤트를 하나 넣었으니, 바로 문화센터 수업이다. 소금이와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으면 분명 내 성격 상 답답해서 견디기 어려울 게 뻔했다. 소금이도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자극을 추구하는 편이라 집에만 있으면 칭얼거리기 때문에. 우리 둘 다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을 해두었다.


첫 수업을 갈 때는 소금이가 수업을 듣고 나면 분명 피곤할 테니, 유아차에 재워두고서 난 우아하게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와야지. 야심 찬 계획을 세웠더란다. 여벌옷에 손수건에 물티슈에 기저귀에 보온병에 젖병에 분유 스틱에 혹시 몰라 카페에서 놀아 줄 장난감을 챙기고 아기띠를 멨다. 여기에서 끝난 게 아니다. 한 손엔 휴대용 유아차를 들고 반대 손엔 카페에서 읽을 책과 내 텀블러를 챙겼다. 분명 난 이때 정상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게 분명하다. 참으로 어리석고 경솔한 자여. 아직은 뜨거운 9월. 짐을 잔뜩 이고 지고 소금이를 아기띠로 안아 문화센터 가는 길이 어찌나 힘들던지. 수업이 끝났을 땐 점심이고 카페고 뭐고 그냥 팍 지쳐버렸다. 소금이도 수업 자극이 너무 강렬했는지 유아차 탑승을 거부했다. 챙겨간 유아차는 결국 다시 폴딩 하여 이고 지고... 택시를 불러 바로 귀가했다.


아기의 문화센터 수업이라는 게 부모의 참여를 고도로 요하는 활동인 줄 몰랐다. 소금이를 챙기랴, 강사의 지시를 따르랴, 옷을 갈아입히고 사진 찍고. 안아주고 노래 불러주고 율동하고,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때 깨달았다. 문화센터 수업이 끝난 후 밖에서 점심을 먹고 카페를 가는 건 불가하다는 걸. 쓰라린 첫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 수업에는 짐을 아주 간소화해서 가져갔다. 유아차도 두고 가고. 아기띠로 안아서 백팩에 소금이 여벌 옷과 손수건 기저귀 물티슈 정도만. 수유는 집에 와서 할 거니까. 그랬더니 몸이 가벼워져서 스트레스도 훨씬 덜했다.


사람이 마음이 여유로워지니 시야가 넓어지더라. 소금이가 선생님에게 얼마나 집중하는지, 그 모습에 기특함에 흠뻑 취하고. 친구 만나서 기쁘다고 꺅꺅 소리 지르는 모습에 당황스러움도 느끼고. 소금이의 우렁찬 샤우팅에 울음이 터진 친구와 그 어머님께 미안함을 표시하고. 그러고 수업을 참여하는데 문득, 아 이게 나름 공개수업이구나 싶었다.


그동안 수업을 진행하는 입장에서만 있다가 내가 막상 부모의 자리에 앉아보니 갑자기 어색하고 이상하게 느껴졌다. 공개수업 할 때 학부모가 나의 실수를 꼬집지 않을까, 나의 어설픔을 발견하지 않을까. 책 잡힐까 봐 웃는 얼굴 뒤로 땀을 엄청 흘렸는데, 막상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선생님한테는 전혀 관심이 없다. (정확히는 선생님한테까지 쓸 에너지, 틈이 없다.) 오로지 내 눈에 담기는 건 내 아이뿐. 내 아이가 선생님의 지시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새로운 자극을 낯설어하진 않는지, 내 도움이 필요한 건 아닌지 온통 초점이 '자녀'에게만 향하는 내 모습을 발견했다.


교사 생활을 처음 시작할 때 나이 지긋한 선배님이 "아이를 낳아보면 보이는 게 또 달라. 그때 교사로서의 새로운 삶이 펼쳐질 거야."라는 말을 하셨었다. 그때는 아이를 낳아봐야 학부모의 마음을 안다는 건가. 초임인 내가 미숙할 수밖에 없다는 건가, 입을 삐죽거리며 삐딱하게 꼬아 들었다. 지금은 저 말을 어떤 의미로 하셨는지 조금은 알 것 같은 마음이다. 그리고 다시 복직하여 아이들과 부모들 앞에 섰을 때, 그들이 새롭게 와닿을 거란 확신이 든다. 이 아이들도 소금이처럼, 우주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존재라는 걸. 그 학부모들 또한 나처럼, 자신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아낌없이 쏟아도 아깝지 않은 존재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걸. 이제는 알게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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