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역마살 Jun 13. 2020

일탈 아닌 영원한 탈출을 꿈꾼다.

해외-국제결혼-답답함과 그리움

그녀가 다른 나라에 살게 된 것도 벌써 15년이나 되었고,

이 작은 마을에 산 지도 4년째인데, 여전히 적응을 못하고 있다.


도시의 화려한 불빛과 붐비는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 그녀지만,

도시가 가지고 있는 대중교통, 원하는 것은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편리함.

그녀는 그러한 것들에 익숙했고, 그것들을 매우 좋아했다.


하지만, 그녀는 누가 봐도 부적응자가 되어 버렸다.

'무인도에 살아도 너는 살아남을 거야'라는 말을 해 주었던 친구들의 말이 무색할 정도로.


차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가지 못하는 이 곳 생활은..

그녀에게 족쇄 같은 곳이다.

이 곳으로 이주를 한 후 2년 정도 그녀는 운전을 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녀의 남편이 차를 계속 썼고, 그녀는 뚜벅이 생활을 선택했다.


첫 해에는 영주권 신청 때문에, 옴짝달싹 하지 못해, 그리운 고향에 가지 못했다.

두 번째해에는 그리운 고국에 3개월 갈 수 있었고, 세 번째 해에도 3개월을 머물 수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해 그녀는 이 시골에 발목이 잡혀 버렸다.

아이들의 여름방학은 3개월 정도인데, 코로나 사태로 3월 25일부터 휴교령이 내려졌으니, 

방학은 총 5개월이 되었다. 


그녀의 마음을 아는 것인지, 큰 아이는 한국에 가서 할머니를 직접 보고 싶다고 한다.

(그녀의 아이들은 외할머니는 한국어로 할머니, 친할머니는 영어로 그랜마라고 부른다.

갑자기 이 단어들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진다)  


그리운 고향에서 다시 사는 곳으로 돌아오기 한 달 전부터, 

몇 가지의 증후가 나타난다.

밤에 잠을 자지 못할 뿐 아니라, 낮에도 잠을 자지 못한다.

무언가에 쫓기듯 더 약속을 잡고,

다시 생리는 3주의 기간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둘째 출산 후, 양이 많은 1주의 생리기간과 양이 적은 2주의 생리기간을 5년째 겪고 있다.)


그녀의 몸도 정신도 아는 것이다. 그녀가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고국에서 가족들과 지내고 싶다는 것을..


고국에서의 3개월은 그녀에게 온전히 휴식시간이다.

처음으로 그리운 고국에 갔을 때, 그녀는 스스로 버스를 타고 어딘가를 갈 수 있다는 것에 놀랐다.

누구에게는 일상적인 것이, 누구에게는 특별함이 되는 순간이었다.

방문한, 첫 해에는 친정엄마의 권유로 시에서 운영하는 여성비전센터에서 자격증을 취득했고,

두 번째해에는 친정 부모님 근처의 영어학원에서 유치부를 담당했다.

그녀는 그렇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고 빨리 지나가지 않길 바랬다. 


그러나, 늘 그렇듯 다시 돌아가는 시간은 온다. 그리고 그녀는 돌아가야 한다. 

그녀의 남편은 공항에 마중을 나오고 아이들과 그녀를 보며, 기쁜 내색을 감추지 않는다.

그녀는 웃지 않는다. 벌써 시작된 것이다. 


1년은 12개월이고 3개월을 위해, 그녀는 9개월이라는 시간을 또 견디어야 한다.

지낸다는 말보다는 견딘다는 말이 그녀에게 어울린다.

그녀는 2개월을 주기로 미친 사람이 된다.

하염없이 하루 종일 울고, 누가 무슨 말을 하면 그것은 비수가 되어 그녀를 공격하고,

아이들이 없으면 짐을 쌌다 풀었다를 반복한다.

그녀는 안다. 자신이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녀의 남편에게 수십 번 도움을 청했지만, 여전히 그녀의 잘못이란다.


이 곳은 그녀에게 절대 빠져나갈 수 없는 감옥 같은 곳이며, 돌아와야 하는 곳이다.

그녀의 이러한 마음을 그도 알고 있을까?

그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모른 체 하고 있다.

그에게는 이 곳이 가장 편한 곳일 테니 말이다.


그녀는 오늘도 탈출을 생각하고,

탈출하기 위한 과정을 설계한다.

첫 번째는 운 좋게 취업을 한 것이었고,

두 번째는 한국어 교원 2급 자격증을 따기로 한 것이고,

세 번째는 이 곳에서 온라인 대학원을 가는 것이다.

네 번째는 무엇이 될까?


그녀는 오늘도 탈출계획을 짠다. 





작가의 이전글 너희는 팀이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