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se Jun 18. 2020

가족이 없습니다.

해외-국제결혼-외로움

그녀는 엄마를 유독 좋아한다.

엄마가 가는 곳이면 늘 따라갔고,

엄마와 안는 것, 자는 것 등 엄마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녀가 대학생이 되고, 노는 곳이 좋아지고,

외국에 사는 것을 동경하면서,

엄마와 함께 있는 공간과 시간이 멀어졌다.


그녀에겐 아빠와 언니도 있다.

그녀의 아빠는 다른 사람들에겐 무섭지만(사실 이것도 그녀가 20살 때 아빠의 직원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언니와 그녀에게는 너무나 다정하고 장난 잘 치는 아빠다.

그녀는 언니가 제일 무섭다. 정말 선하게 생기고 착한 언니는 화를 거의 내지도 않았고, 늘 웃었다. 감정을 잘 폭발시키지도 않았는데, 그녀는 언니가 은근히 무서웠다. 그녀의 언니는 강했다!!


그녀는 가족들과 떨어진 채 이곳저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지금도 그녀는 14시간(서머타임 때는 13시간)이라는 차이를 두고 가족들과 떨어져 있다.


늘 외국에서 혼자였던 그녀에게 2013년 또 다른 가족이 생겼다. 결혼을 했고, 첫 아이를 낳았고, 2015년에는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그녀와 아이들, 남편은 역시나 그녀의 가족과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녀는 그의 가족이 있는 이 곳으로 오게 되었다. 이것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이 곳에 온 이후로, 그녀는 가족이 없다. 가족을 잃었다.


그녀가 이 곳에 아이들과 왔을 때, 모두들 그녀의 방식이 틀렸다고 했고, 그녀가 잘못한 것이라고 했다.

남편도 처음에는 그녀의 의견에 동의를 한 듯했으나, 그도 점점 그들처럼 변해갔다.


그녀는 늘 혼자다.

아이들은 아빠가 오면 시댁에 가거나 친구 집에 간다. 처음에는 그녀도 쉴 수 있어 좋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외로움은 점점 커졌고, 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각에도 그녀는 혼자다.

남편은 친구 집에 가는 것보다 시댁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 부모님 집이니까 그렇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더 깊은 뜻이 있다.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그녀에게서 떨어져 있기 위해,

그곳으로 간다.


자기 부모님 집에 가면 자기 엄마가 아이들을 봐줄 것이고, 자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


어느 순간 그녀도 아이들이 자신보다 시어미를 좋아하는 것을 느끼면, 그녀는 더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그녀는 어느 날 그에게 말했다.

나 한국 가서 살면 안 될까?”

안 돼!”

나 미치겠는데, 가면 안 돼?”

안 돼! 여기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곳이야!”


‘내가 죽어야 여기서 나갈 수 있구나!, 너한테 제일 좋은 곳이지’하고 그녀는 또 생각한다.

도대체 여기가 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곳인지, 그녀는 도통 모르겠다.

아이들은 그의 생각과 다르게 여러 가지 경험할 수 있는 한국을 더 좋아한다. 그만 모른다. 모르는 척하는 걸까?


자신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 곳을 떠나고 싶은 그녀는 늘 남겨질 아이들 때문에 매번 포기하고 만다.


언제쯤 그녀는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런 날이 그녀에게 올까?

그녀가 가족의 곁으로 갈 수 있는 날이 얼른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당신의 뿌리는 어디에서 왔나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