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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e May 28. 2020

걱정없이 집중했던 시간

해외-중국-교환학생 

3개월만 만난 남자친구를 한국에 두고,

예정대로 그녀는 중국에서 1년간의 교환학생을 시작하였다.


학기보다 1주일 정도 먼저 도착한 그녀와 그녀의 일행은..

(그들은 총 여자 4명으로, 두 명은 같은 학과 선후배 사이, 다른 두 명도 다른 학과이지만, 친분이 조금 있었던 사이였다. 두 명이 동갑이였고, 그녀가 가장 나이가 많았고, 마지막 한 명은 가장 어렸다. 그들의 나이차이는 1살이었다.)

천진 국제 공항에 내리니, 무더위가 그녀들을 덮쳤다. 

곧 학교에서 나온 한국어를 구사하는 교류센터 직원과 만나,

1년간 그들의 보금자리가 되어 줄, 천진 외국어 대학교 기숙사로 향했다.


유학생 기숙사는 총 3곳이였는데, 그녀들은 구건물에 잠시 머물게 되었다.

곧 새 기숙사가 완공되면, 그 곳으로 이사가 계획되어 있었다.

중국에 막 도착한 그녀와 일행은 '니하오(안녕하세요), 시에시에(감사합니다), 두웨이부취(죄송합니다)'만 알고 있었다.


기숙사 방 배정을 받고, 콜렉트콜로 한국집에 전화를 하고, 첫 날이니 쉬기로 했다.


둘째 날, 아침부터 국제교류센터에 들려, 해야 할 일들을 해야 했다.

첫번 째, 공안국에 가서 도장 받기.

두번 째, 병원에 가서 서류 받기.


한국에 살았던 우리는 이 일들을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일까?

교류센터 직원이 적어 준 주소를 들고, 택시를 타고 공안국을 찾았다.

택시에서 내리니, 공안국 앞은 사람들로 북적 거렸고, 그녀와 친구들을 신기하게 쳐다 보았다.

공안국에서, 학교에서 말한 서류 (물론 그녀들은 종이에 써 왔다.) 를 받아야 했다.

공안이 하는 말이, "여기 공안국이 아니고, 다른 공안국으로 가야 합니다."

그녀와 친구들은 어리둥절 해야 했고, 말을 도통 알아 들을 수 없었다.

그러자, 공안은 손짓발짓하며, 여기가 아니라 설명했고, 

택시를 다시 태우며, 운전 기사에게 주소에 적힌 곳으로 가달라고 했다.


그녀와 일행은 처음 본 사람을 아무렇지 않게 믿고, 택시를 타다니, 지금 돌이켜 보면 대단하다.

다른 공안국에 도착해서, 도장을 받았다. 1단계 완료!!

이제 병원으로 가자!! 그녀와 일행은 택시에서 한국노래를 부르며,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12시 05분..직원이 컴퓨터를 하며 데스크에 앉아 있었다.

우리는 종이를 내밀며 설명했다.

그런데..직원은 "지금은 점심시간이니, 끝나고 오세요" 했다.

"점심시간이 언제 끝나나요?" 

"점심시간은 2시까지입니다."

5분 늦었는데, 1시간 55분을 기다리라고? 그들은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택시 에어컨도 엉망이였고, 날씨도 더웠던 터라, 그녀들은 잠시 앉았다 가기로 했다.

직원이 하는 말이, "나가세요. 2시에 다시 오세요"였다.

우리가 자신이 하는 컴퓨터를 방해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허기진 그녀들은 식당을 찾기 시작했다. 무엇을 먹어야 하나, 도통 한자이니, 알 수가 없었다.

그러던 중, 그녀들은 한 음식점에 들어가고, 그 곳이 사천음식 전문점이라는 걸 알았다.

매운 것을 좋아했던 그녀들은 여러가지 요리를 시켰고, 마음껏 먹었다.

점심을 먹었는 데도, 아직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그녀들은 무작정 나가, 도로에서 사진을 찍고, 더위와 함께 새로운 생활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시 정각. 그녀들은 병원에 당당하게 들어와 서류를 내밀었다.

직원은 손가락으로 2층으로 가라고 했다.

2층에 들어섰을 때, 그녀들은 중국에서는 병원에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병원은 하얀 벽들, 아무도 없는 듯한 적막함, 자신들을 헤칠듯한 느낌..

만감이 교차했다. 그 중에서도 이 병원이 마음에 안든 이유는..

바로, 한국에서 봤던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에 나오는 병원이였다.

그들은 얼른 이 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혹시나 우리에게 피를 뽑으라고 하면 어떻하지? 엑스레이를 찍으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온갖 생각들에 그녀들은 휩싸였다.


다행히도 진료아닌 진료는 5분만에 끝났다.

중국인 의사는 그녀들이 한국에서 받아 온 신체검사표와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는 도장을 찍어 주었다.

아...살았다!! 

두 번 다시 이 곳에 다시는 오지 않으리..그녀들은 서둘러 택시를 타고 그 곳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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