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 뚝도시장에 정을 파는 술집이 있다.
요즘 남편은 퇴근이 늦다. 그나마 어젠 조금 일러 열시 전에 왔다. 씻고 나오는 남편과 생강차 한잔을 마시며 수요미식회를 보았다. 마침 전주 편을 하고 있었고, 때마침 전주 막걸리 집이 나왔다.
통영의 다찌집과 비교될 만한 푸짐한 안주상(나는 통영 다찌집이 좋다)을 자랑하는 전주의 막걸리 집 말이다.
막걸리 한주전자를 시키면 그에 따라 나오는 안주양이 장난아니고 두번째, 세번째 주전자가 추가될때마다 음식은 점점 더 고급스러워 진다. 그러나 난 전주 막걸리 집의 그런 안주를 싫어한다. 가짓수는 많지만 손이 가는 것은 한두가지 밖에 없다. 그럴바에야 한두가지에 공을 들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전주 막걸리의 안주를 보다가 술 생각이 났고 충동적으로 시장에 가서 술을 마시기로 했다.
집을 나서면서 옆 동에 사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수의사로 일하는 그 친구의 휴무일을 난 기억하고 있다. 친구는 집의 급한 일(개와 고양이 수발)을 처리하고 우리가 자리를 잡으면 오겠다고 했다.
한번 간 적이 있는 오징어회집으로 갔다. 남편과 나는 둘 다 물고기 안주를 좋아한다. 그런데 마침 가게를 일찍 닫으신다며 청소를 하고 계셨다.
별 수 없이 우리 단골 뚝도시장 '준이네'로 향했다. 시장에서 저녁 술장사를 하는 집답게 준이네의 모든 안주는 간이 쎄다. 그래도 아줌마 솜씨가 좋고 가격또한 저렴해서 자주 가게되는 술집이다.
요즘 경기가 안좋아 시장도 일찍 파하는 분위기다. 열시 반이 조금 지났는데도 이미 시장 안은 어둑해져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린 안주를 주문하고 가게 안이 아닌 시장통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안주가 나오고 친구가 오고 이야기를 나누며 우린 술을 마셨다. 늦은 밤 안주로는 딱 이정도가 좋다. 전주 막걸리 집 안주가 부럽지 않다. 뚝도시장 준이네는 그야말로 우리 부부의 참새 방앗간이다.
한시에 문을 닫으시는 아주머니를 위해 우린 열두 시 반에 언제나 처럼 남은 반찬을 싸들고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