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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 거래 불발되어 핑계 김에 술 마심

2022.06.19

마당에서 진행한 북 토크, <소금책> 행사를 해보니 접이식 의자 5개 정도가 더 필요했다. 그래서 당근을 검색했고 우이동과 누상동에 같은 모델이 2개씩 있어 구매하기로 했다. 오늘은 누상동에서 물건을 픽업하기로 하고 시간보다 조금 일찍 약속 장소에 도착하는 순간, 깜빡 잊고 강화에 있다는 연락이 도착했다. 약간 허탈했지만 벌어진 일에 대해선 화를 내지 않기도 했다. 화를 낸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나는 저녁이나 먹고 갈 테니 걱정 말고 볼 일 보고 다시 약속을 잡자고 했다. 누상동은 낯선 동네가 아니고 나는 남편과 같이 있으니 핑계 삼아 저녁을 먹고 데이트를 하면 된다고 생각하니 마음도 편했다.


어디로 갈까 잠시 고민하다 서촌에 오면 자주 찾는 <서촌 목원의 가락>으로 결정했다. 만석였는데 마침 일어나는 팀이 있어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앉아서 메뉴판을 뚫어지게 보다 일단 국수를 한 그릇 주문하고 말린 생선찜을 먹기로 했다. 해풍에 말린 민어찜, 메뉴판에 ‘싯가’라고 적혀있고 생선 이름은 없는 음식을 시키니 여유 있는 어른처럼 느껴졌다.


내가 나이를 들었다고 생각될 때가 아주 가끔 있는데 어렸을 땐 비용 때문에 선뜻 선택하지 못했던 안주를 주문할 때가 바로 그런 때이다. 오늘 이런 허세를 부린 이유는 내일이 내 생일이었기 때문이다. 생일 전야이니 그래도 될 것 같았다. 민어찜과 국수 그리고 산채 만두에 소주 3병을 마시고 나왔는데도 밖은 환했다. 버스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남편은 술이 부족한지 조금 더 마시고 싶다며 맥도널드에서 버거와 감자튀김을 샀고 들어와선 안동소주를 몇 잔 마시면서 앉아 졸았다. 음식을 마구 먹으면 남편은 몹시 취한 건데 이 모습을 볼 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짠하다. 오늘도 그런 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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