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생일 아침, 엄마를 그리워하다

2022.06.20

엄마는 1939년 음력 6월 20일생, 나는 1970년 양력 6월 20일생(음력 5월 17일)이다. 원래 음력으로 생일을 챙겼는데 첫 번째 결혼을 끝낸 해부터 양력으로 지내고 있다. 내가 스스로 생일을 챙기고 동시에 엄마도 기억하려 함이다.


엄마는 날 한밤중에 불을 때다 낳고, 태몽으론 하얀 목화 솜을 치마 가득 따는 것이었다 했다. 종손집의 맏며느리였던 서른한 살의 엄마는 위로 딸 둘과 아들 하나를 낳았지만 아들이 아기 때 죽는 바람에 결국 나는 세 번째 딸이었다. 추측하건대 엄마는 하루를 힘들게 보내다 태기가 느껴지자 스스로 불을 때며 해산을 준비했을 것이다. 엄마보다 고작 18세가 많았던 내 할머니는 아주 욕심이 많고 성정이 포악했으니 엄마의 출산을 도왔을 리가 없다.


이렇게 하지 즈음에 엄마는 날 낳았다. 난 새벽에 엄마를 생각하며 미역국을 끓였다. 표고와 다시마로 맛을 내고 간장으로 간을 하여 아주 담백하게 끓였다. 마침 혜민 씨 친구도 와있어 일찍 상을 차리고 생일 축하 노래를 목청껏 불러 축하해주길 강요했다. 남편은 이쁜 손글씨로 생일 편지를 써 주었다. 선물을 못해주는 것을 미안해했지만 딱히 필요한 것도 없어 돈 벌어 5층 짜리 건물 한 채만 사달라고 했다.


생일, 나보다 엄마를 기억하는 날이다. 서른한 살의 젊고 작고 예뻤을 엄마를. 난 특히 엄마를 빼닮았는데 엄마의 좋은 품성까지 닮아 참 다행이라 생각한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매일 쓰는 나의 일기를 대견하다 칭찬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