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6.29
지난해 3월부터 우리 집에서 <소행성 책쓰기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한번 수업에 4명, 기간은 5.5개월 정도 걸리는 정말 책을 기획하고 쓰는 워크숍이다. 현재 총 20명이 수료했고 8명이 수강 중이다. 이 20명 중 처음으로 책이 나온 분께 저녁을 대접받았다. 이들 중 출판 계약을 하신 분은 6명이고 공교롭게 같이 수강한 두 분이 모두 출간을 기다리고 있던 중 먼저 책이 나온 분이 초대해 주셨다.
저자로 데뷔하신 분은 아내와 같이 나오셨고 우린 참치회에 소주를 마셨다. 책이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지만 신문 인터뷰도 예정되었고 강연 의뢰가 들어온다니 내일처럼 기뻤다. 내가 이런 일로 이렇게 기쁘게 식사를 대접받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기쁘고 기쁜 자리였다. 그런데 한편으론 출판계에 참으로 양아치가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행해본 적 없고 내가 기획을 해서 책을 내신 분들이 당한 적이 없는 정말 후진 일들이 출판계에 여전히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니 화가 났다. 결국 내가 할 일은 말도 안 되는 일을 우리 수강생들이 당하지 않도록 더 잘 도와야겠다는 다짐을 할 뿐이다.
공교롭게 오늘은 두 분의 수료생을 만났다. 다른 한 분은 자신의 새책을 우리에게 주었다. 이 책을 마무리하느라 우리와 같이 쓴 책은 아직 마무리가 덜 되었다며 리뷰를 부탁했다. 물론 당연히 기쁘게 해 드렸다. 이럴 때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잘한다고 자화자찬도 한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해어질 결심>을 보았다. 박찬욱 감독은 차원이 다른 예술가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모든 장면이 회화처럼 아름답고, 서늘하며 에로틱하다. 탕웨이와 박해일은 연기는 훌륭하고 고경표와 박정민은 빼어나다. 이렇게 아름다운 영화를 볼 땐 서사가 뭐 중요해 할 수 있지만 그 마저도 좋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지만 큰 스크린을 통해 어두운 공간에서 봐야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