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7.13
남편의 새 책을 기획하시고 출간해주신 출판사 대표님께서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셨다. 종일 비가 내렸고 합정에 도착했을 땐 퍼붓듯 내려 지하도에서 비가 잦아들길 기다리는 사람도 많았다.
남편과 대표님 사무실에 도착하자 대표님은 엘리베이터 앞에서 맨손 체조를 하고 계셨다. 출판에 입문하신 지 40년 되신 대표님은 여전히 청년처럼 읽고 쓰고 기획하신다. 몇 년 전부터 운영하는 출판사에서 자신의 책상을 빼고 별도의 사무실에서 일하신다. 그리고 출판사 자금 운영을 제외한 모든 결정권을 직원들에게 주셨다. 덕분에 직원들은 자기 결정권을 갖고 일한다.
대부분 출판사는 대표 또는 발행인의 의지에 의해 결정을 번복하고 출판 방향을 정한다. 이럴 때 열심히 일하는 직원의 기운은 꺾이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는다. 결국 독단적인 대표 아래에서 일하는 능력 있는 직원은 그곳을 떠나게 된다. 이런 출판사에서 책을 출간하면 저자도 책이 만들어지는 동안부터 출간된 후까지 무척 난감한 일을 겪는다. 저자가 의견이나 아이디어를 내도 윗사람 눈치를 보느라 일단 편집자가 ‘NO’라고 답하기 때문이다. 직원에게 결정권을 넘겨주지 않으면 대표는 모든 일을 혼자 처리해야 한다. 결국 후배와 신입을 키우지 않는 이런 분위기는 현재 출판계의 문제다.
이런저런 출판에 대한 흐름을 듣다 저녁을 먹으러 갔다. 내가 고기를 먹지 않은 이후로 식사 초대를 받으면 주로 해산물을 먹게 된다. 오늘은 아빠가 잡고 아들이 판다는 합정의 <추자로 557>로 갔다. 핑계 같지만 내가 완전 비건으로 가지 못하는 이유는 사회생활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건이 되면 누군가와 식사하는 일이 불가능에 가깝다. 대부분 음식점은 육류 중심의 메뉴로 구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식 메뉴로 고기를 빼고 골라보자. 아마 당황스러울 만큼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열심히 직장을 다니며 사람을 만나야 하는 사람은 채식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난 나이도 좀 있고 식사 대접을 하거나 받으면서 관계를 유지하는 상황에서 조금 자유로와 가능하다. 이런 나도 누군가에게 식사 대접을 받으며, ‘참 고기 안 드시죠?’라고 물으며 메뉴 선택에 난감함을 표현하면 순간 멈칫한다. 질 좋은 채소로 구성된 음식을 대접하는 게 상대에게 더 호의적이라고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참 좋겠다. 무엇보다 고기 음식점이 좀 줄고 비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음식점이 더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