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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코 베지테리안이지만 남편은 아직 육식

2022.08.02

남편은 아침 일찍 일어나 조조 상영으로 영화 <한산>을 보러 갔다. 김한민 감독의 이 영화는 <명량>의 프리퀄이라고 한다. <명량>을 봤던 나는 굳이 <한산>이 보고 싶지 않아 남편 혼자 보고 오라 했다. 남편이 일찍 영화를 보러 나가고 나는 청주 오송도서관 <손바닥 자서전 쓰기> 강의 준비를 했다.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내가 알고 경험한 바를 토대로 강의를 준비한다. 강의안을 다 만들면 남편 앞에서 내용을 요약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이 없는지 한 번 점검을 받는다. 남편도 나에게 원고나 강의안을 보여주며 의견을 묻는다. 제법 괜찮은 업무 동지다.


업무는 이렇지만 아직 음식은 통일시키지 않고 있다. 나는 일체의 고기를 먹지 않지만 남편은 아직 자유롭게 먹는다. 그리고 굳이 남편에게 끊으라 강요하고 싶지 않다. 밥상을 차리는 내게 약간의 편리함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오늘 같은 날이다.


강의 준비를 마치니 배가 고팠다. 식사 준비를 하면 영화를 본 남편이 들어오는 시간과 대략 맞을 거 같았다. 약간의 국이 있어서 나 혼자라면 새로운 반찬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럼 남편은? 엊그제 뮤지컬을 보러 가서 받은 즉석 카레가 눈에 띄었다. 닭고기 카레였다. 나는 먹을 수 없다. 아! 남편에겐 카레를 주자. 나는 먹을 수 없지만 남편은 먹을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그러나 한 냄비에 같이 조리해야 하는 라면은 식물성인 <정라면>으로 통일 중이다. 시중에 판매되는 라면의 99%는 수프에 동물성 재료가 포함되었다.


내가 육류를 먹지 않는 이유는 공장식 사육을 반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공장식 사육은 환경 파괴와 오염의 원인이다. 육식을 하지 않는 것은 지구에 조금이라도 덜 유해한 인간으로 살고 싶은 나란 개인의 아주 작은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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