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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의 상경과 음식의 힘

2022.09.27

결혼해 김제에 사는 진주가 서울에 왔다. 어제저녁에 오늘 만날 수 있냐 물었다. 화요일은 운동을 가야 하는 날이지만 운동 스케줄을 미루고 진주를 만나기로 했다. 동대문에 숙소를 잡았다며 광장시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어니언 광장시장점이 궁금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11시에 어니언 근처에서 만나기로 했고 난 10분 전에 도착했다. 어니언 앞에는 스무 명 정도 손님이 카페 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지어 다른 곳에서 사 온 커피를 마시며 기다리는 사람도 있어서 나는 조금 놀랐다. 곧 진주가 도착했고 우린 카페 스타일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누고 광장시장으로 들어갔다.


광장시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김밥, 칼국수, 비빔밥집이 많아서 참 좋다. 광장시장에서 이런 음식을 파는 분들의 내공은 정말 놀랍다. 같은 음식을 수십 년 동안 만들어 파시니 말이다. 진주가 선택한 음식은 비빔밥였고 난 칼제비를 주문했다. 국물이 조금 달았지만 반죽이 참 좋았다. 칼국수는 역시 고향 칼국수가 내 입맛에 맞다. 비빔밥을 먹으며 최근 근황 이야기를 나눴다. 진주 남편의 성실함에 대해, 지방생활의 단조로움에 대해. 결국 진주는 다양한 자극을 위해 일부러라도 일을 만들어 서울에 정기적으로 올라와야겠다고 했고 그러기엔 뭔가 배우는 게 가장 좋다고 내 생각을 말했다.


진주와는 내가 음식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으니 어느덧 7년 정도 된 것 같다. 그 사이 진주는 직장을 그만두고 자기 사업을 시작했으며 연애도 하고 결혼도 했다. 진주 결혼식에 남편은 ‘어른 말 듣지 말라’는 축사를 했고 난 코로나 백신 후유증으로 결혼식에도 가지 못했다. 공부 주제가 음식이 아니었다면 나이 차이가 제법 나는 진주와 내가 친구처럼 지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란 여러모로 우리를 단단하게 하는 힘이 있다.


점심을 먹고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 서점에 가서 책을 한 권씩 사고 헤어졌다. 진주가 사는 김제에 놀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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