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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과 공연 사이 맛있게 식사하고 싶었다

2022.09.03

토요일 이미 예약했던 공연 <스트레인지 뷰티>를 보았고 저녁엔 동네 이웃 오세혁 작가가 극을 쓰고 연출한 아트 팝 뮤지컬 <첫사랑>을 보았다. 이렇게 공연을 보는 날은 외식을 하게 된다. 낯선 동네의 극장이라면 그 주변의 음식점을 찾기도 한다. 그런데 우리 부부가 다니는 극장은 대체로 대학로, 남산 국립극장, 명동 예술극장, 서계동 국립극단 극장 정도라 공연을 보러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게 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무엇보다 극장 주변에 간단하고 맛있게 먹을 음식점이 드물다. 공연 전에 조미료가 많이 든 밀가루 음식이나 너무 무겁게 먹으면 십중팔구 공연을 보며 졸기 때문에 공연 전엔 김밥이나 샌드위치가 딱 좋다.


오늘 공연 전 식사는 완전히 망했다.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매우 실험적인 연극 <스트레인지 뷰티>를 보고 새로 개관한 마포아트센터로 이동했다. 시간도 넉넉해 이동하며 적당한 곳에서 식사를 하려고 길을 나섰다. 지도 앱을 켜고 서계동에서 만리동 고개를 넘어 공덕동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코스였다. 아파트 단지가 많은 동네라 깨끗한 김밥집 하나 정도는 찾을 수 있을 줄 알았으나 우리의 바람은 산산이 부서졌다. 그나마 하나 찾은 김밥집은 포장전문였고 가벼운 샌드위치를 팔 것 같은 카페는 많았으나 모두 커피만 팔았다.


하는 수 없이 마포아트센터 근처 아파트 상가에 있는 프랜차이즈 떡볶이 집에 들어갔다. 메뉴에 김밥은 있었으나 하지 않는다고 했고 음식 수준은 형편없었다. 배가 고파 억지로 먹긴 했으나 주인의 응대 태도도 음식도 너무 나빠 먹으면서도 불쾌했는데 설상가상 요기를 하고 나와 극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남편이 지갑을 잃어버렸다. 역시 나쁜 기분은 전염되고 확장된다.


김효근 작곡가의 가곡 중 16곡으로 만든 아트 팝 뮤지컬 <첫사랑>은 순하고 담백하며 사랑스러웠다. 아트 팝은 보통 뮤지컬에서 사용하는 팝적인 요소의 음악이 아닌 우리 가곡을 중심으로 만든 뮤지컬이라 하여 이름 붙인 장르라고 한다.

공연을 보고 늦은 시간였지만 어설프게 먹은 저녁에 대한 보상으로 대흥역 주변 기사를 위한 심야. 우동 집으로 유명한 즉석 우동 집에서 어묵 우동을 먹었다. 귀가해 보니 하루 동안 2만 보 정도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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