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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오는 날의 광장 시장 풍경

2022.09.05

태풍 ‘힌남노’가 영향으로 남부 지방은 비와 강한 바람이, 내가 사는 곳은 비가 많이 내렸다. 약속한 음식 배달 봉사 활동이 있어 이른 아침부터 움직였다. 비가 몹시 내려 우비를 입고 우선을 받쳐 들고 다녔다. 비가 많이 내리니 일이 더 힘들었다. 봉사가 끝나고 보리밥 집에서 밥을 먹으려고 찾아 나섰다가 실패했다. 여간해선 길 찾기에 실패하는 일이 없는데 터널과 불규칙한 아파트 단지 거기에 오르막 동네여서인지 지도 안내가 영 시원치 않았다. 결국 마을버스를 타고 광장시장으로 갔다.

시장은 제법 활기찼다. 미술 마켓 <프리즈> 때문인지 외국인들이 많았고 그들은 광장시장에 줄지어 선 비빔밥과 김밥 칼국수 집에서 서툰 젓가락질로 맛있게 식사를 했다. 우리 부부도 비빔밥과 칼제비를 하나씩 시켜서 나눠 먹었다. 평소 자주 가던 칼국수 집이 영업을 하지 않아 약간 마음이 쓰였다. 예전 같지 않아 시장에서 음식을 파는 분들이 무척 친절하다.


계좌 송금으로 계산을 하고 주인 분과 이야기를 잠깐 나눴는데 송금했다고 하고 확인 버튼을 안 누르고 두 그릇 먹고 한 그릇 값만 송금하는 등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무척 속이 상한다고 하셨다. 자기는 한 그릇 값을 덜 낸 것이지만 그 한 그릇을 팔기 위해 종일 서서 노력하는 게 속상하다고 하셨다. 주로 젊은 사람들이 그런다며 아마 돈 오천 원 버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몰라서 그럴 거라 하시는데 내 마음도 썩 좋지 않았다.

식사를 하고 광장시장에 새롭게 문을 연 카페 <어니언>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카페 이전엔 포목과 한복 액세서리를 팔았던 집으로 기억한다. 공간에 큰 공사를 하지 않고 집기도 시장에 어울리게 한 센스가 좋았다. 광장시장 어니언은 커피 템플의 김사홍 바리스타와 협업한 매장이란 사실을 지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 낮에 마셨던 커피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인간이란 얼마나 간사한가.


저녁엔 책 쓰기 워크숍을 진행했고 비는 종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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