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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소행성의 1년

단독주택 생활은 자연 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

지난해 8월,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했다. 

33평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에서 대지 27평, 건평 12평의 집으로.

5월에 계약을 하고, 6, 7월 두달에 걸쳐 대수선을 했다. 

세간 살이는 거의 다 정리하고 냉장고와 테리비 책과 옷가지만 챙겼다. 

집이 작았기 때문이다. 작지만 내집이니 세간살이가 없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나 사진첩을 열어봤다. 

성북동 소행성의 1년이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맑은 여름 어느 오후 옥상에 바라 본 서울 풍경이다. 


봄에 심은 배롱나무에선 꽃이 피었고 채송화도 옹기종기 핀 한여름 날의 소행성 화단이다. 


추위가 가시고 봄이 시작될 무렵에 친구들을 불러모아 마당에 앉아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었다. 


어느 초 여름 밤,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선 남편. 집으로 향하는 이 길에 반했다. 


 봄엔 작은 마당에 한구석에 채소 모종을 심었다. 지난해 겨울 심은 동백은 겨울을 잘 넘겼다. 

상추와 루꼴라 모종이 자라 여름내내 식탁을 풍성하게 해줬다. 


여름에 이사를 와서 봄 풍경이 이리 이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현관 유리문을 통해 봄 벚꽃이 아름답게 피었다. 


한겨울 눈이 내리면 단독주택은 불편함 그 자체다. 

그러나 그 불편함과 맞바꾸어도 온전하게 행복한 것이 또한 단독주택 생활이다. 


서쪽으로 난 현관 유리문을 통해 보이는 아름다운 일몰


옥상에서의 파티.

비가 내리면 빗소리가 들리고, 눈이 내리면 조심히 걸어야 한다. 

잠깐이라도 마당에 볼 일이 있으면 겨울엔 두툼하게 옷을 챙겨입어야 한다. 

봄에는 싹이 돋고, 여름엔 그 싹이 자라고, 가을엔 열매를 맺고, 겨울엔 쉰다. 

이 모든 과정을 아무 일 없듯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단독주택에서의 생활은 자연속으로 들어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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