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매일 경기 12 잡가를 완창 하는 이희문 명창

2022.12.23. 금

by 소행성 쌔비Savvy

감동적인 공연이었다.

경기민요 12 잡가를 한 자리에서 한 사람의 소리꾼에게 들었다. 누구나 할 수 없는, 한 달간 매일 12 잡가를 완창 하는 <이희문 X아름지기 경 기십이 잡가 한 달 한옥> 공연이었다. (이희문 명창은 너무 힘들어 자기 돈 내고 처음 고기를 사 먹을 정도란다)

소리 중간중간 경기민요 곡과 그 곡에 깃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이희문 명창. 그는 예인이며 이야기꾼이다. 4시간을 훌쩍 넘기고 마지막 소리를 할 땐 다소 피곤한 모습였지만 그 모습마저 감사했다. 이제 불과 대여섯 번의 공연이 남았다. 이런 공연 다시는 없을 것 같다. 한옥에 온기를 넣기 위해 실제로 거주하며 청소도 직접 하신 단다.


무엇보다 20년의 활동으로 소진되었다고 느꼈을 때 다시 공부하는 마음으로 한 달간 오롯이 소리에 집중하는 시간을 갖겠다는 그의 마음이 태도가 멋졌다. 단, 그는 공부를 위해 산으로 들어가는 대신 도심의 한옥을 택했다. 이곳에서 그의 시간은 단순할 것이다. 눈을 뜨면 청소하고 손님을 맞출 채비를 하고 소리하고 손님이 떠나면 그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넋을 놓고 앉아 시간을 보낼지도 모른다. 그리고 다시 소리를 할 것이다.


공연을 보는 나는 이토록 가까이서 예인의 표정, 그의 장신구의 작은 딸랑거리는 소리(이 소리마저 추임새로 들렸다)까지 들으며 집중했다. 바닥에 앉은 채로 보느라 허리도 다리도 아팠지만 황홀경였다. 아마 이런 공연은 또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경기잡가는 아름다웠고 이희문 명창은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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