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홉의 4대 희곡을 9시간 동안 보다

종로 갈매기, 쯔루하시 세 자매, 능길삼촌, 연꽃정원

by 소행성 쌔비Savvy


올해 어느 해보다 연극을 여러 편 보았다. 올해의 마지막 연극은 안톤 채홉의 4대 희곡인 바냐 아저씨, 벚꽃동산, 갈매기, 세 자매를 우리 정서와 이야기에 맞게 번안한 프로젝트 공연이었다. 네 편의 공연 총 540분을 하루 종일 보는 공연였는데 인터미션과 식사시간이 있어 힘들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네 편 중 벚꽃동산만 본 것 같은데 연극을 드문드문 보던 때라 기억이 나지 않는데 오늘 네 편을 보니 원극도 보고 싶어 졌다. 체홉은 희망을 말하지 않는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고 착한 마음이라고 늘 보상을 받는 것도 아니며 시대는 우리의 마음을 언제든 짓밟는다.

갈매기를 번안한 <종로갈매기>는 욕망하는 것을 가지지 못하는 20대 작가와 그를 둘러싼 욕망의 존재들의 엇갈린 감정들을 다뤘다. 특히 김보나 배우의 연기가 발군이었다. 김보나 배우는 배우의 외모가 역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를 제대로 보여주었다.


세 자매는 <쯔루하시 세 자매>로 번안되고 무대는 80년대 일본 시장에서 터를 잡고 사는 한국인들을 다뤘다.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한국인인데 일본에 살고 있어서라고 생각하지만 그곳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근근이 생활해야 하는 자매들을 통해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우리 삶을 이야기한다. 이 극에서도 김보나 배우의 연기가 극을 잘 끌고 나갔다. 김은주 배우는 히스테릭한 역할에 아주 잘 어울렸다.



바냐 아저씨는 <능길 삼촌>이 되었다. 도시 개발이 한창이지만 능(무덤)으로 가는 길에 있는 마을 능길은 다소 뒤처져 있다. 이곳에도 개발 바람이 불고 아내가 죽고 처남과 딸이 운영하는 능길의 고물상에 정치인이 되려는 최교수가 찾아들며 갈등이 시작된다. 아프고 슬픈 현대사 이야기로 보며 제법 울었다. 20대의 송이 역을 한 김예림 배우의 연기가 인상 적였고 강애심 배우는 원로답게 중심을 잡고 극의 활기를 유지했다.


벚꽃동산은 <연꽃 정원>으로 재탄생되었다. 물려받은 연꽃정원을 지키지 못한 가족의 비극, 가졌던 이가 과거 영화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계급이 사라지며 받아들여야 하는 참담함, 착함이 착함으로 돌아오지 않는 슬픔 그리고 희망 없는 몰락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강애심 배우와 윤성원 배우의 연기가 좋았고 김세환 배우는 특유의 청춘 냄새가 물씬 났다. 극의 엔딩을 장식한 멜빵 할아버지 역의 아마추어 김동호 씨의 잔잔한 독백과 노래는 극의 정서를 올려주었다.


모든 극은 김연민 연출이 번안하고 연출했다


좋은 공연을 보면 내가 제법 괜찮은 사람처럼 느껴진다. 작년 연말엔 6시간짜리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이틀에 나눠 보았는 올해는 네 편을 9시간 동안 보았다. 연말 루틴으로 나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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