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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이쁜 것의 귀함은 이런 것이라오

2023.05.01_<1> 은방울꽃

성북동으로 이사 와 작은 마당을 갖게 되면서 은방울 꽃 모종 몇 개를 사서 심었다. 그 중 상당 수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했고 처음 두어 해는 꽃 보기도 어려웠다. 펴도 아주 조금 피었다. 이 연약한 아이를 이사오면서 조심히 캐서 새 마당에 옮겨 심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제법 많이 폈고 올해는 열 송이 이상 폈다.


가는 줄기를 따라 길게 피는 은방울꽃은 아래쪽부터 위로 핀다. 가장 위에 달린 꽃봉오리가 열리고 피면 꽃가위로 꽃을 잘라 화병에 꽂는다. 처음엔 끝까지 줄기에 남겼는데 작년부터 잘라 꽂았다. 이 꽃은 뿌리로도 번식을 잘해 꽃을 자르는 데 죄책감도 좀 덜하다.


자른 꽃을 작은 화병에 꽂고 매일 틈나는대로 감탄하며 들여다 본다. 올해는 두 번 수확했고 첫 번째 수확은 집에 놀러온 은주 씨에게 선물로 줬다.


은방울꽃이 좋은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이 작고 하얀 꽃은 마주하면 좋아하지 않기가 어렵다. 정말이쁘다. 올해는 가만히 향도 맡아 보았다. 달고 부드러운 향이었다. 이 사랑스런 분내를 맡으니 이 작고 비싼 꽃이 신부의 부캐로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4월 하순부터 5월 초 사이 난 이 은방울꽃을 매일 들여다보며 작고 이쁜 것의 귀함을 알고, 만난다. 내년에도 이쁘게 피어주렴. 내년에는 몇 송이 남겨 붉은 열매도 꼭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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