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고래, 장명식 작 연출 연극 <뉴클리어 패밀리>
하필 엄마의 생일날, 서로에게 고백할 것이 많은 가족이 모였다.
서른을 훌쩍 넘긴 자녀를 둔 아빠는 자신이 호모임을 밝히고 애인에게 가야 하고,
엄마는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잊은 채 살았으나 이제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집을 나가고 싶고,
딸은 남자로 성전환 수술을 할 것임을 가족에게 밝혀야 하고
5년째 취준생 아들은 학력 세탁을 위해 유학 자금 1억을 달라고 부모에게 말을 해야 한다.
그런데 마침 이런 날 핵폭발이 일어나고 가족을 집 안에 갇힌다. 천만다행인지 이런 가족에게 정부로부터 전화가 온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100명의 사람을 모을 것이며 이 가족 중 한 사람은 이 100명에 선택되었으니, 게임을 하든 투표를 하든 한 사람만 남고 다 밖으로 나가라."
즉, 가족은 한 사람을 남기고 죽어야 하며, 죽을 사람을 서로 선택해야 한다.
연극 <뉴클리어 패밀리>는 세상의 축소판, 그중 소수자들의 축소판 같은 가족의 이야기이며, 관습에 의해 거부당한 조금 다른 개인에 대한 이야기다. 장명식 작, 연출로 극단 고래의 신진 연출가 지원작으로 선정되어 초연되는 작품이다.
'뉴클리어 패밀리'라는 제목은 핵가족, 핵, 그리고 완전히 깨끗하게 해체된 후 새롭게 만들어지는 가족이라는 다중적인 의미를 가진다. 연출은 사회로부터 거부당한 소수자의 이야기를 한 가족에 모아 꿈을 이루지 못한 삶,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도와 절차 그리고 사회 통념에 의해 개인의 삶을 재단하는 것 자체가 폭력 아닐까?
동성애자 아버지와 그 애인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가족이 아빠를, 엄마가 자식을 죽음으로 내몰며 해야 할 이야기를 정확하게 한다. 동성애자인 아버지도, 성을 바꿔야 하는 딸도, 서른을 훌쩍 넘겼으나 취준생인 아들도 모두 일반적이진 않다. 제도와 사회 통념에 의해 이런 사람들은 비정상이라고 분류된다. 그러나 우리 삶에 정상은 무엇이고 비정상은 또 무엇인가?
운이 좋아 프레스콜에 초대되어 개막전에 연극을 보고 연출로부터 연극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슬픈 현실을 과감하게 펼쳐놓고 이야기가 진행된다. 그러나 이들의 삶은 이해받지 못한 채 막이 내린다. 어설프게 가르치지 않는 이런 결말 정말 마음에 든다. 연출은 다소 성기지만 이야기를 과감하고 쫀쫀하다. 다른 삶이 틀린 삶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런 연극 좋다. 신인 연출가의 성장이 기대된다.
극단 고래
장명식 작 연출
출연/ 이경성, 김두은, 이지혜, 사현명, 안소진, 박형욱
9/17까지 시온아트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