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리어프리 공연의 롤모델 음악극 <합 체>

홍준기 강은일 배우가 합과 체로 호흡

by 소행성 쌔비Savvy


배리어프리(barrier free, 장애인도 불편하지 않은 물리적ㆍ제도적 장벽을 제거하자는 것으로 이런 공연에는 수어 통역이나 음성해설이 같이 진행된다) 공연을 여러 차례 보았다. 보통은 대사 자막과 수어 통역 정도였다. 그나마 조금 세련되게 연출되었던 공연은 <로드 킬 인 더 씨어터> 정도.


<합체>는 배려 차원을 넘어 배리어프리 공연을 표방한다. 수어는 안무로 녹고 수어 통역사는 또 다른 연기자로 같이 연기한다. 무대 진행 설명은 DJ 지니 역의 정다예 배우가 나서서 노련하게 설명하고 연기한다. 대기 공간에는 다른 어떤 공연보다 농인들이 많았고 극 내용의 특성상 청소년들도 많았다. 남녀노소는 물론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어울려 어떤 공연장보다 활기를 띠었다.


극은 저신장 장애인 아버지와 비장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 '오한. 오체'는 고등학생임에도 초등학생으로 오해받을 정도로 작은 키가 고민이다.

성적부터 성격까지 닮은 구석이라곤 전혀 없지만, 반에서 키 순서로 1, 2번을 다투는 형제는 학교에서 싸잡아 '합체'로 불린다. 그러던 어느 날, 동생 체는 동네 약수터에서 우연히 알게 된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자칭 '계도사'에게 키 크는 비법을 전수받고, 형 합을 설득해 함께 배낭 하나씩 짊어지고 계룡산으로 수련을 떠나는데...


박지리 작가의 동명 소설 <합체>를 원작으로 정준 작가가 극작을 맡고 김지원이 연출했다. 지난해 9월 국립극장에서 성공적으로 초연, 올해는 더 발전시켜 올렸다고 한다.


대학로에서 다양한 뮤지컬과 연극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홍준기, 강은일 배우가 합과 체 역을 맡아 연기, 춤, 노래로 마음껏 실력을 발휘했다. 정다예 배우는 DJ 지니를 맡아 공연을 빈틈없이 채웠다. 임동초, 정은혜 수어 통역은 단순한 통역이 아닌 또 다른 형태의 연기를 보였다. 공연 중 배우들이 부르는 ‘넘버’들도 좋아 모든 것이 훌륭한 공연였다.

물론 공연 후 배리어프리 공연이 낯선 관객들은 눈으로 보면 그만인데 무대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헷갈릴 정도로 배우와 같이 움직이는 수어 통역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그러나 이 불만마저 거슬리지 않았다. 이런 낯섦에 대한 경험 쌓여야 불만이 이해로, 이해가 자연스러움으로 진화될 테니 말이다.


역시 겨우 나흘만 공연된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그래도 국립극장이 나서서 이런 발전된 배리어프리 공연을 만들어 올려줘 고맙다. 더 많은 공연에서 ‘반짝이는 박수 소리’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김지원 연출

정준 각색

고수양 음악감독

서병구 안무

출연 홍준기 강은일 정다예 박두호 김유남 김은영

데뷔 배우 양민석 이정민

수어통역 정은혜 임동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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