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선물세트 같은 연극 <기형도 플레이>

극단 맨 씨어터 x 창작집단 독 공동 제작

by 소행성 쌔비Savvy


박호산 배우를 좋아한다. 그의 무대 연기도 영상 연기도 좋아하고 일상에서의 그의 태도도 좋아한다. 호산 배우와는 같은 동네에 사는 이유 하나로 알고 지내며 술을 마시며 그가 어떤 사람이며 배우인지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극단 맨 씨어터와 창작집단 독이 아홉 명의 맨 씨어터 배우들과 기형도의 대표 시 아홉 편을 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극작가들은 자기만의 스타일과 형식으로 기형도 시에 이야기를 담았다.


‘빈집’(유희경 작)은 죽은 친구의 기일을 추모하기 위해 기차에 오른 부부. 여인은 죽은 이의 애인이었고 그의 남편인 사내는 죽은 이의 절친이었다. 남편 앞에서도 죽은 애인에게 도리를 지켜야 한다는 아내에게 남편은 같이 사는 자신에 대한 도리를 묻는 드라마로 우현주 박호산 배우가 연기했다.


‘소리의 뼈’(조인숙 작)는 갑자기 소리를 잘 듣게 된 젊은 커플의 이야기로 코믹하고 판타지하게 풀었는데 김승은 김세영 배우의 연기가 사랑스럽고 좋다.


‘바람의 집’(임상미 작)은 그야말로 코믹극이다. 재개발에서 자신들의 집만 빠질 것이라는 시어머니의 꿈을 꾼 여자는 남편에게 바르게 살아야 재개발에 당첨될 거라며 못되게 굴었던 일에 대해 사과하라고 강요한다. 이창훈 이은 배우가 엉뚱하게 웃겨준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김현우 작)은 잔혹한 호러다. 서점 사장은 서점의 아르바이트생에서 존경하는 작가의 북토크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이야기하는데 여기엔 미투가 소재로 등장하며 우현주 김세영 배우가 연기했다. 김세영 배우의 움직임과 연기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기형도 플레이를 본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고 나도 안상깊게 본 극은 2인극 ‘조치원’(김태형 작)이다. 박호산 이창훈 배우의 좋은 연기 합으로 더 마음 깊게 들어왔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그들이 어떤 결심을 했는지 우리 모두는 안다. 그러나 관객들은 그들이 ‘조파닭’을 먹고 다음 날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길 바랄 것이다. 쓸쓸하고 아픈 이야기에 슬프지만 밝은 연기가 얹어질 때 어떤 감동을 주는지를 이창훈 배우가 보여준다.


각 극이 너무 짧아 작품성을 이야기하긴 어렵다. 그러나 종합선물 세트처럼 분명 마음에 드는 극이 있다는 게 이런 모음극의 매력이다. 나머지 네 편도 보고 싶고 최덕문 배우의 빈집도 보고 싶지만 전체 매진이라 포기했다. 이런 선물 세트 같은 연극은 마음 부담 없이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극단 맨 씨어터 x 창작집단 독 공동 제작

김현우 연출

출연 박호산 최덕문 우현주 김세영 김승근 이창훈 이은 이동하 이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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