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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슬픔을 아는 사람 북토크

유진목 시인님 우리 힘내서 걸어요

목적은 유진목 시인의 산문집 <슬픔을 아는 사람> 북토크 참가였다. 그런데 파주 북소리 행사 개막과 때를 같이해 난다의 제2 공간 ‘탐난다’ 오픈. 그리고 이를 기념하는 유진목, 김민정 시인, 덕적상회, 강혜숙 선생님께서 셀러로 나서는 ‘살판난다’ 플리마켓이 열린다 하여 조금 서둘러 파주로 향했다. (플리마켓은 무조건 오픈런해야 한다)


파주는 출판의 도시이고 나는 책을 기획하는 사람이니 이 도시가 익숙해야 하지만 내게 이곳은 낯설다. 행사 장소 근처 버스 정거장에 내려 살피는데 마침 난다의 유성원 편집자님이 일을 보러 나오셔 그 길을 따라 행사장으로 갔다.


현장은 오픈 준비로 분주했다. 김민정 시인은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박연준 신용목 시인은 음식을 차리고, 동휘 현승 편집자는 손을 쉴 틈 없이 바빴다. 나는 멋진 스타일의 유진목 시인에게 인사하고 안경테구입 의사를 밝히고 구경했다. 그리고 평소 선호하진 않지만 꼭 쓰고 싶었던 스퀘어 모양의 그리피스 L라이트 모델의 안경테를 집어 들고 송금했다. 옷도 모두 탐났지만 옷을 사지 않는 결심을 흔들지 않았다. 분주한 장터를 구경하다 비교적 무게가 덜 나가는 강혜숙 선생님의 고양이, 김민정 시인의 명함용 종이를 구매하고 신나게 먹고 희야와 같이 근처를 산책했다.


파주는 북소리 축제 준비와 가을이 한창이었다. 지혜의 숲에 간 김에 장동석 출판 평론가에게 연락하여 얼굴을 잠깐 보고 한가하게 앉아 책을 읽었다. 젓갈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에 잠깐 탐난다에 다시 들러 시인들 사이에 앉아 젓갈에 와인을 한 잔 마시는 주책맞은 행동을 하다 ‘내가 여기서 뭔 짓인가?’라는 현타가 와서 주섬주섬 일어나 근처 커피숍으로 가, 유진목 시인의 시집 ‘연애의 책’을 읽었다.


‘연애의 책’은 서사가 확실한 시집이다. 사랑이라는 인간의 감정의 일련의 과정이 고스란히 진행된다. 그 사랑은 나의 사랑이기도 하고, 시인의 사랑이기도 하며, 시인 탄생 이전의 사랑이기도 하다. 인간이 존재하는 한 멈추지 않을 사랑이다.


어둠이 오고 남편은 조금 늦게 왔고 난 북토크에 있었다. 슬픔에 대한 책을 쓰고 너무 밝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종종 들어 표정관리를 했다는 유진목 시인, 그리고 현재 불행의 터널 중간에서 조금씩 나오고 있다는 고백. 결국 시인은 울고 우리도 따라 울었다. 이런 분위기엔 김민정 시인의 사랑이 답이다. 케이크와 떡이 나왔고 따듯한 위로가 왔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우린 유진목 시인을 응원했고 그 응원으로 위로를 받았다.


서울에 도착할 즈음 배가 고팠고 남편과 덴뿌라에서 뒤풀이 식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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