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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Nov 29. 2023

국립극단 창작공감:희곡 서동민 작, 강훈구 연출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


국립극단의 창작자 발굴 프로그램인 창작공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와 연출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작품들은 실험성, 창의성, 이야기의 새로움을 가져 여기서 배출된 작가와 연출가에게 응원과 관심을 보내게 된다.


<말린 고추와 복숭아향 립스틱>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발굴된 희곡이다. 무대화하기 이전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며 수정하여 소수의 관객 앞에서 낭독하는 과정에 참여해 보았다.


제목에서 암시하듯 이 극은 성을 다룬다. 그러나 성정체성이란 소재는 이제 진부하다. 이런 연극은 거의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라면 이 희곡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군에서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확실히 알게 된 규빈, 오빠가 트랜스젠더인지 동성애자인지는 모르지만 오빠를 돕는 은빈 그리고 어느 날 갑자기 아들의 딸이 된 곳을 받아들일 수 없는 조모와 엄마가 낡고 냄새나는 재개발 구역 옆의 작은 빌라에 산다. 공교롭게 이 집안엔 남성이 없다. 다만 남성보다 더 가부장적이며 독선적인 유사남성 할머니가 있다.


이 희곡이 좋은 점은 젠더를 뛰어넘어 세대를 대표하는 여성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적인 80대 할머니, 일찍 남편을 잃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육아와 생계를 책임지는 50대 엄마, 야무지고 똑똑하지만 장남 규빈에 치여 쪼그라들어 독립을 꿈꾸는 20대 딸 그리고 여성의 세계에 편입되길 원하는 소수 중 소수 트랜스젠더.


극 중에서 이들은 같은 여성지만 연대하지 못한다. 그래서 이 극은 성보다 세대차이 혹은 관계에 중심을 둔 연극으로 보인다. 젠더 이야기는 개인이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관계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하고 사회도 함께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할 일이라고 작가는 말하려는 것 같다. 이것이 이 극의 미덕이다.

사진으로 설명을 붙였듯 서동민 작가는 퀴어 이야기를 쓴다고 한다.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를 들려주길 바란다. 본극으로 만들어 무대에 올려진다면 멀티역에 국한되었던 웃음 코드가 여기저기 뿌려졌으면 한다. 그렇게 해도 충분히 감동적일 수 있을 것 같다. <by 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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