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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Nov 30. 2023

불량식품 같은 신파의 속마음 연극 <신파의 세기>

정진새 작연출

동아시아 변방에 천연자원으로 경제력이 치솟는 치르치르스탄이란 신생국은 문화로 국민의 생각을 모으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전 세계 문화 사업자에게 입찰을 공고했고 총 3개 팀이 최종 선발되어 결선에 임하기 위해 구글에도 나오지 않는 치르치르스탄에 모인다.


대한민국의 국립현대극단(nct)의 공연팀장 K는 내용도 알지 못하고 결선 참여를 위해 치르치르스탄에 도착한다.  낯선 나라에서 300억 원(사실은 300억 달러) 예산의 문화 사업에 낙찰되면 nct(national contemporary theare)는 한동한 따듯하게 극단을 운영할 수 있다. Nct가 선보여야 하는 장르는 신파다.


치르치르스탄 세 명의 공주중 한 명인 마리 크리셰는 한국에서 유학하며 한국의 신파를 경험했고 그 신파의 힘을 믿는다.  다른 한 공주는 k팝을 또 다른 공주는 브라질 삼바를 지지한다. 그리고 이들의 목표는 하나, 문화로 국민의 눈과 귀를 사로잡아 딴생각을 못하게 하며 동시에 왕권을 쟁취하려 함이다.


연극은 문화 영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고민들을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문화라는 이름으로 치장하고 결국 정권의 프로파간다가 쓰이는 것이 치르치르스탄에서의 문화의 역할이며 권력자는 이를 너무 잘 알고 사용하려는 것이다.


풍자와 블랙 코미디를 잘 버무린 극은 가볍고 재미있다. 그러나 문화 관계자라면 절대로 이 극이 편할 수 없을 것이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송곳처럼 대학로 연극과 우리나라 문화 불균형을 지적하기 때문이다.


극 중 극 형식을 차용해 다양한 형태의 신파극을 보여주고 K의 딸 민이의 수행평가 보고 발표를 작가가 하고자 말을 실어 나르는 도구로 사용한다. 영상은 넓은 무대의 배우들의 마음을 적절하게 잘 표현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다.


<극동 시베리아 순례길>과 <너의 왼손이 나의 왼손과 그의 왼손을 잡을 때>에서 기후 위기를 말하던 정진새 작연출은 우리 문화계 조금 더 좁히면 연극계의 현재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가까이 보면 신파가 아니라 호러 미스터리 같은 이 현실 말이다. ‘능력 있는 자들이 자신을 갈아 넣어 만든 결과물’을 정당한 대가도 없이 버젓이 취하는 불공정함은 언제쯤 사라질까?


연극 <신파의 세기>, 잘 쓰고 잘 만드는 능력자가 올린 연극이다. 110분의 공연 시간도 후딱 지나간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더 보고 싶다. 정진새 연출은 다작의 아이콘인가? 최근 2년 내 내가 본 작품만 세 편이다. <by 혜자>


정진새 작연출

대학로쿼드 제작

무대 서윤석

음악 이민휘

출연 김준우, 전선우, 최솔희, 유다예, 심효민, 김빛나, 베튤


#savvy_play_2023 #연극 #연극리뷰 #정진새작연출 #신파의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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