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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Dec 11. 2023

사형수에게 죽을 권리를 준다?

연극 <이방인의 뜰>

사형제도가 바뀐 가까운 미래의 일본의 한 구치소 면회장. 한 남자가 구치소에 방문한다. 그곳에는 여자가 기다리고 있다. 여자는 7명의 자살을 도와 결국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2030년 사형 제도가 존재하는 나라는 일본, 한국 그리고 미국의 일부 주뿐이다. 일본은 사형을 선고받은 이에게 죽을 권리를 제공한다. 사형 선고를 받고 5년 내에는 배우자나 가족이 동의하면 사형을 선고받은 이는 자신이 죽을 날짜를 지정하고 죽음을 준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냥 언제 닥칠지 모를 죽음을 불안하게 기다려야 한다.


구치소의 여자는 자신을 면회온 남자에게 결혼을 제안하며 자신의 운명을 쥐게 하고 남자는 그녀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면회를 거듭한다.


연극은 사형수의 죽음에 대한 딜레마를 이야기한다. 사형수는 죽을 운명이지만 자신이 죽을 날을 지정함으로 죽을 권리를 확보한다는 기묘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밀한 의미로는 자살이다. 자살을 도운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이가 자살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돕는다? 아이러니다.


<이방인의 뜰>은 일본의 극작가 카리마 카오스의 희곡을 나옥희(배우 고수희의 번역과 연출 활동명) 씨가 번역, 연출하고 그가 이끄는 ’극단 58번 국도‘가 만들어 무대에 올렸다. 배우 고수희는 한일공동제작 연극에 참여하며 일본어를 익히고 급기야 일본 희곡을 발굴하고 번역하기에 이르렀다. 너무 멋지다.


이번 연극은 극단 58번 국도의 두 번째 작품이다. 좋은 희곡, 그 희곡을 관객이 온전히 사유할 수 있도록 암전을 적절히 사용하고 배우들은 깊게 매우 정제된 연기를 보인다. 이 정제된 연기에 리듬감을 좀 실었다면 관객이 좀 더 공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방인의 뜰>은 연출자가 오랜 시간 좋은 작품을 골라 연기한 만큼 이후 극단 58번 국도가 올리는 작품에 기대를 갖게 하는 작품이다. <by 혜자>


카리마 카오스 작

나옥희 번역 연출

출연 김재일 최유리

극단 58번 국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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