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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Dec 18. 2023

조금 다르지만 사랑스러운 연극 <템플>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20주년 기념 퍼레이드


제목을 보고, 종교 이야기인가 했다. 내가 무식하다는 뜻이다. 연극 <템플>은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 템플 그랜딘의 이야기이다. 템플 그랜든은 2세에 자폐를 진단받고 시설에 갇힐 뻔했으나 그의 엄마의 극진한 돌봄으로 말을 하게 되고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그는 1947년생이다. 당시는 자폐에 대한 인식이 아주 좋지 않아서(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지만) 일반학교에서 교육을 받은 템플은 계속 놀림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가까스로 그에게 맞는 학교를 찾았고 템플이 보통 사람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물을 이해하고 기억한다는 것을 칼락 선생은 발견한다. 칼락 선생에 의해 템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고 지식을 쌓는다. 그리고 결국 세계적인 동물행동학자가 되어 동물이 덜 고통받는 동물 시설을 디자인한다.


연극은 이런 템플의 어린 시절부터 청소년기까지를 다룬다. 당연히 이야기는 세상이 자폐를 가진 사람에게 던지는 곱지 않은 시선, 엄마의 고군분투, 템플의 아픔 그리고 결국은 다름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라는 훌륭하고 따듯한 결론을 맺는다.


극은 보통의 연극처럼 대사 만으로 모든 사건을 설명하지 않는다. 템플이 사물을 그림으로 이해했듯 배우들은 몸을 다양하게 사용하며 연기한다. 배우들의 신체 표현 중심의 연기는 때론 활력과 웃음을 그리고 진한 감동을 준다. 모두 얼마나 연습하며 합을 맞추었을지 눈에 선하다. 한 배우도 빠짐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지루하지 않다. 전혀!


템플 역의 박희정 배우는 이 역에 적격이다. 큰 눈에서 눈동자 구르는 소리가 들릴 것 같이 사물을 바라보고 말이 늦고 폭력적이었던 템플을 표현하기 위해 몸을 아끼지 않는다. 자폐 연기임에도 캐릭터에 맞춘 대사 전달을  놓치지 않았다. 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뛰어난 연기력으로 그에게 흠뻑 빠지게 한다. 그가 출연한 작품을 몇 편 보았는데 박희정 배우는 언제나 극에서 자신이 어떤 역을 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표현해 낸다. 멋진 배우다.


다루는 주제가 자칫 교조적이며 교훈적일 수 있었을 텐데 연극 <템플>은 이런 식상함을 비켜 아주 영리하게 관객에게 감동과 메시지를 동시에 준다. 12세 이상 관람 가능한 연극인데 아이가 90분을 극장 의자에서 버틸 수 있다면 관람 나이보다 어린아이가 보아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아동극은 아니다. 그만큼 친절하고 재미있는 연극이란 뜻이다. 이 겨울 연극으로 보온하고 싶다면 <템플>을 보시길 추천한다.


<그때 우리는>, <얼모스트메인>에 이어 ‘간다’에서 제작한 연극으로 세 번째 작품인데 셋 다 좋았다. 이쯤 되면 올해 20주년을 맞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 작품은 믿고 보아도 좋다는 결론이다.

2월 18일까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에서 상연된다. 참 객석 특성상 0열과 1열은 비추다.



민준호 작연출

심새인 안무 공동연출

출연 김주연 박희정 김세정(아이돌 배우 맞다)

유연 박성혜

윤성원 이종훈

마현진 이승일

문경호 김유상

이종혁 노재원

정선기 윤철주

최미령 배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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