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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행성 쌔비Savvy Dec 25. 2023

거침없고 대단히 멋진 연극 <숲>

결론부터 말하면 거침없는 대단히 멋진 희곡이다. <숲>의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 집안은 전쟁으로 망명한 레바논계 캐나다인이다. 이 작품은 2006년에 발표되었고 우리나라에선 초연 작품으로 전쟁과 남성의 욕망으로 불운이 시작된 여성 8대 150년의 이야기이다.


현재, 열여섯 루는 엄마 에메에게 자신의 뇌 속에서 나온 뼛조각을 잘 보관하라는 유언을 받는다. 엄마가 죽은 지 4개월이 지날 즈음 뇌 속에 있던 뼛조각의 정체를 밝히자는 고생물학자를 만나며 루의 선조를 밝히는 여정이 시작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보불전쟁(프로이센-프랑스 전쟁, 1870년 7월 19일 ~ 1871년 5월 10일, 통일 독일을 이룩하려는 프로이센과 이를 저지하려는 프랑스 제2제국 간에 벌어진 전쟁)이다. 캘레그 가문은 프랑스가 전쟁에서 지자 독일 국적을 취득하며 부를 쌓는다. 와중에 캘레그 가의 알렉상드르는 하녀 오데트를 강간하여 아이를 갖게 한다. 설상가상 아버지의 야욕이 싫은 알베르는 아버지의 아이를 임신한 오데트와 결혼해 프랑스의 숲으로 들어와 자신들만의 유토피아를 만든다. 그러나 알베르는 오데트가 낳은 딸 엘렌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며 강간하고 결국 결혼한다. 강간, 근친상간 등 막장의 완벽한 요소에 목숨을 건 사랑으로 표현되는 신파 다소 대책 없는 버무림 같다. 오데트로 시작해 엘렌, 레오니, 뤼디빈과 사라, 뤼스, 에메, 루로 이어지는 이 방대한 역사, 그 역사 속에서 강간당하고 보육원에 맡겨지고 알코올 중독에 걸리는 등 여성의 삶을 녹록지 않다.


연출 류주연은 ’ 막장과 신파가 섞인 사랑 이야기인 이런  유형의 작품은 선택하지 않는데 홀린 듯 깊게 들어가 들여다보며 탐구하고 그래서 숨을 쉴 수 있었다 ‘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그렇다. 연극 <숲>은 전쟁 승리를 위해 딸 이피지니아를 죽인 아가멤논의 비극적인 선택을 서두에 이야기함으로 이기적인 욕망과 전쟁이 얼마나 허망한 것인지 알리며 그 허망함은 뤼디빈의 희생이나 극진한 사랑으로 근근이 연결된다.


150년 이어진 이야기가 방대하고 등장인물도 많아 스토리를 따라가는데 다소의 어려움은 있다. 그러나 빠른 전개와 치밀한 이야기로 몰입하는데 어려움은 없고 3시간의 상연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이번 공연이 초연임을 감안한다면 더 큰 무대에서 만날 수 있길 기대한다. 다만 대학로 공연에서, 모든 배우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노련하고 자연스러운 여자 배우들의 연기에 비해 남자 배우들은 대사 외우기에 급급한 표정으로 연기하는 나머지 학예회 발표 같은 느낌을 받을 때가 종종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아 내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주연 연출의 <숲>은 꼭 다시 보고 싶다. <by 혜자>


극단 산수유 제작

와즈디 마아와드 작

류주연 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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