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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보면 손해! 연극 <아들에게>

현앨리스의 뜨거운 삶


어두운 무대에 건장한 남자들에게 끌려 나온 마른 여성이 말한다. 기운은 없어 보이나 눈빛은 무섭게 살아있고 목소리도 기운차다. 너른 무대에서 배우 강해진이 ‘내 이름은 현미옥. 나는 조선 사람입니다!‘라고 외치며 극은 시작된다. 배우의 힘 있는 대사에 탄성이 절로 나오며 이 연극에 압도당하며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연극 <아들에게>의 부제는 ’미옥 앨리스 현‘이다.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국적을 취득한 최초의 한인이다. 그러나 앨리스 현은 미국인이라 생각하지 못한다. 자신의 뿌리를 찾고 그 뿌리가 온전히 버틸 수 있도록 어린 나이에 독립운동 활동을 시작하고 이어 당시 엘리트들이 그랬듯 사회주의자가 되었다. 오로지 독립운동을 위해 말이다.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를 구사하며 연락책으로 통역관으로 자신의 임무를 다했던 그는 그러나 결국 1953년 북한에서 숙청의 대상이 되어 죽임을 당했다.


극은 인터뷰라는 형식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는 방식이다. 절규하고 달리고 울고 사랑하며 아낌없이 열정적으로 살았을 미옥 앨리스 현을 우리는 제대로 알지 못했다. 그가 여성이며 사회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구두리 작, 김수희 연출이다. 희곡은 섬세하고 사랑스럽지만 연출은 담대하고 힘이 넘쳤다. 배우 강해진에 의해 부활한 미옥 앨리스 현은 내 가슴을 때렸다. 너른 무대가 좁다고 느낄 만큼 강해진 배우의 연기는 컸다. 게다가 기자 그러나 실은 아들 역의 김은석 배우는 강한 미옥 앨리스 현을 한없이 작고 약하게 만들기에 충분하게 연기했다. 모든 배우들이 제 역할을 다해 더없이 좋았던 극이다. 무엇보다 1막 엔딩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힘이 있었다. 음악도 조명도 무대도 좋다.


연극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덕분에 더 많이 알고 도 많이 고민하게 되었다. <아들에게>도 내게 큰 자극을 주었다.


배우들이 무대를 어떻게 채우는지 알고 싶다면 보시라. 그냥 좋은 연극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다면 보시라. 인생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살아야 할지 느끼고 싶다면 보시라. 그냥 아이들에게 교훈적인 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아이들과 보시라. 일하는 여성이라면 보시라. 열정이 필요하다면 보시라.


극단 미인

작 구두리

연출 김수희

출연배우

강해진 김선경 김유민 김은석 남권아 린다전

박종현 심완준

이승헌 장석환 장시현 정나진

조주현 홍은정 연주 성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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