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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극의 정석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연극을 보는 재미 중 하나는 관객 모두 같은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거짓말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도 그렇다. 한 명의 배우가 서술자를 포함해 16역을 한다. 우린 배우가 남녀노소를 오가며 혼자 다양한 역할을 해내는 것을 보며 기분 좋게 속는다.


연극은 새벽 5시 50분에 파도를 타던 스무 살 시몽이 서핑 후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판정을 받고 그의 건강한 장기가 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식되는 24시간 동안의 이야기다. 심장이 뛰더라도 뇌가 활동을 멈추면 죽음으로 인정된 1959년부터 이식이란 기술로 살아 있는 사람의 수선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일리스 드 케랑갈 원작 소설을 에마뉘엘 노블레가 각색해 무대에 올렸고 국내에선 임수현 번역, 민새롬 연출로 공연되는데 2019년 시작해 이번이 네 번째 궁연이다.


이 극의 재미는 변검술과도 같은 배우의 역할 변신을 보는 것이다. 서핑을 하며 절정을 맛본 청년 시몽, 응급의과의, 심장이식전문의, 장기 이식 코디네이터, 시몽의 엄마, 아빠, 여자 친구 등 16인의 역할을 해낸다. 닳고 닳은 이식 센터의 늙은 센터장부터 이제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쥴리엣까지 연령과 성별을 넘나 든다. 건강한 시몽의 몸부터 심장 이식을 받아야만 하는 허약한 몸까지 배우들은 시시각각 움직임과 음색을 변화시키며 연기한다.


김신록과 손상규 배우의 공연을 봤다. 김신록이 정교하고 신중한 마취의 같았다면 손상규는 거칠지만 섬세한 정형의 같았다. 이들 연기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무의미하다. 둘은 같으면서도 매우 다른 서술자로 무대에 선다. 이 둘을 보고 나니 매회차 커튼콜 기립이 나온다는 윤나무와 김지현 배우의 연기도 무척 궁금하다. 아무튼 넷 중 누구의 공연을 보든 후회는 없다니 좋은 자리가 확보되는 회차를 보길 추천한다.


연극계엔 두 새롬 연출이 있는데 한 새롬은 남자고 다른 한 새롬은 여자다. 둘 다 연출은 끝내주게 잘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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