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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 씨어터 연극 <Teddy Daddy Run>

마방진 신작, 박희정 정다한 배우 호연 돋보여

제목만으로는 이 극이 무슨 내용일지 상상하기 어렵다. 연극 <테디 대디 런>은 코피아노에 대한 이야기이며, 어른이 부재한 세상에 던져진 아이들의 현재 이야기다. 로드무비를 연상시키듯 시작 전 안내도 기내 안내 방송을 형식을 따르고 음악과 영상 연출도 ‘아, 이것은 로드 씨어터구나’라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엄마와 미국에 사는 윤서는 아빠를 만나기 위해 필리핀에 왔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러고 싶지 않다. 설상가상 기상 악화다. 윤서는 그냥 필리핀 아빠의 아파트로 가지만 아빠는 없고 집은 엉망이며 집엔 아빠에게 받을 돈이 있다는 또래의 여자 아이가 있다. 연극은 바로 윤서와 또래의 여자 아이 니나의 로드 씨어터로 각각 두 사람 시점으로 분리, 이야기가 진행된다.


열여섯 윤서는 부모의 불화로 인해 물리적인 부모는 있되 정서적 부모는 없고, 열다섯의 코피아노 니나는 아버지의 존재를 알지만 그는 니나의 존재를 모르고 엄마는 죽었다. 이들은 형편은 다르지만 어른의 보살핌이 부재한 상태로 자신이 누구인지 꾸준히 묻는다.


마방진의 오랜만의 신작이며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주제와 극 진행, 배우들의 호연이 돋보였다. 특히 불과 2-3일 전까지 자폐 스펙스럼의 템플 역을 했던 박희정 배우는 그 사이 열여섯 윤서로 변신해 전혀 다른 캐릭터의 연기를 선보인다. 게다가 엄청난 대사를 템플과 윤서를 오가며 어떻게 소화해 냈는지 혀를 내두르게 한다. 텐과 멀티를 맡은 김시유 배우는 1인극으로 다져진 변화무쌍한 캐릭터를 재미나게 때론 진지하게 보여준다. 니나역의 정다함 배우는 중성적인 느낌이 아주 좋았고 이지현, 임진구 배우는 극의 무게를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경쾌한 음악과 연극적 움직임, 빠른 전개,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지루했음은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극 설명과 지문을 배우의 대사로 처리하게 한 것은 처음엔 조금 신선했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이렇게 까지 했어야 하나 궁금증이 생겼다. 특히 이야기의 시점이 윤서에서 니나로 넘어가며 데칼코마니처럼 펼쳐지니 견디는 게 약간 고역이었다.


그래도 이 연극 <테디 대디 런>은 재미도 의미도 있다. 경쾌한 배우들의 연기에 마방진의 색깔이 어떻게 채색될지 재공연도 기대하게 한다. <by 혜자>


이세희 작 서정완 연출

마방진 주관 제작

출연 박희정 정다함 이지현 임진구 김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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