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죽음, 내가 결정하면 안 되나? 연극 <비, Bea>

비는 베아트리체, 주인공의 이름이다. 이 연극은 아직 젊은 그러나 병명도 모른 채 만성 피로 증후군으로 8년째 침대에서 한 발도 나오지 못하는, 먹는 것은 물론 씻고 싸는 일마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비의 이야기다.


아직 젊은 비는 8년째 누워 지낸다. 그를 위해 변호사인 엄마는 간병인을 들인다. 누나의 자폐와 자신이 게이인 특성 때문에 다양한 상처와 편견을 딛고 자란 간병인 레이가 그를 위해 채용된다. 레이의 첫 일은 비가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편지로 받아 적기다. 모르핀이 없으면 통증을 견디지 못하는 비는 엄마에게 간곡히 아주 간곡히 죽음을 선택할 수 있게 해달하고 한다.


믹 고든 원작으로 황정은(소설가 황정은 아님)이 윤색하고 이준우 연출이다. 이번 공연이 삼연이고 그 사이 연출이 바뀌었다. 더블 캐스팅이며 나는 이지혜, 김세환, 강명주 배우의 캐스팅을 선택했다. 김세환 배우는 다소 처연하고 코믹한 게이 역이 너무 잘 어울렸다. 감정의 증폭이 큰 역을 기분 좋게 유쾌하게 보여준다. 외모까지 찰떡이다. 이지혜 배우는 어느 순간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다. 섬세하고 상대 배우에 대한 자연스럽고 배려있는 리액션으로 관객의 마음을 안정시킨다. 강명주 배우는 베테랑이다.


배우들의 호연과 선명한 이야기로 120분의 공연은 아주 좋다. 그런데 어딘가 빼버려야 할 것 같은 지루한 느낌이 살짝 들었다. 그게 무엇인지 어디인지 꼬집어 설명하긴 어렵다. 관람료가 높으니 길게라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이 담긴 듯했다. 감동의 무게는 길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다룬 이 연극은 볼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단순하지만 아름다운 무대도 좋고 음악도 좋다. 3월 24일까지 엘지아트센터에서 상연된다.


제작 크리에이티브테이블 석영

믹 고든 작, 이준우 연출, 정윤경 번역, 황정은 각색

출연 이지혜 김세환 강명주 (김주연, 강기둥, 방은진)


#비Bea #연극 #연극리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로드 씨어터 연극 <Teddy Daddy Ru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