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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비와 고양이와 몇 개의 거짓말>

삶은 때때로 힘들고 외롭지


연극을 보는 동안 재미있는 공연이 있고 보고 난 후 여운이 긴 것이 있다. 연극 <비와 고양이와 몇 개의 거짓말>은 후자의 공연이다.


60세, 환갑 생일을 맞은 후타로는 아이들은 자라 이미 오래전에 독립했고 부인과는 이혼해 혼자 산다. 생일날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죽은 엄마가 와서 선물을 주고 이어 딸이 남자 친구를 데려와 인사를 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연극은 후타로 인생의 몇몇 생일의 풍경이 모인 이야기로 구성되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야기하는 방법은 그리 대단하지 않다. 기억나는 생일날 몇 장면만을 모아도 삶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세상에 외롭지 않은 사람 어디 있으랴?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일 날 내리는 굵은 빗소리를 박수 소리로 여기며 살아야 하는 게 삶이다.


베테랑 배우 이근희를 비롯해 극단의 젊은 배우들의 연기는 단정하게 좋다. 다만 나에겐 연출이 다소 평면적으로 느껴졌다. 아트포레스트에서 3월 3일까지 상연된다. 사는 게 뭘까 생각하며, 순하고 스트레스 없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한다.


‘극단 58번 국도’의 작품이다. 이 극단은 고수희 이근희 배우가 이끌고, 제작 작품은 고수희 배우가 직접 선정한다. 고수희 배우는 나옥희라는 필명으로 작품을 번역하고 때때로 연출한다. 이 작품 역시 나옥희 번역이다. 동시대의 이야기를 소박하게 하는 희곡을 고르는 안목이 뛰어나다. 지난해 3월 창단해 벌써 세 번째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앞으로 믿고 보아도 좋은 극단으로 성장할 것 같아서 다음 작품도 기대 중이다.


*58번 국도는 일본 최남단 오키나와에 있는 879.6km의 일본에서 가장 긴 국도다. 이 국도의 609.5km는 바다에 잠겨 섬과 섬을 잇는다.


요시다 코나츠 작

최소현 연출

나옥희 번역


출연

이근희

정수연

박지원

김재웅

이재원

김해서


제작 58번 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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