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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요새는 아무도 하려 하지 않는 그, 윷놀이

코너 스톤의 전작은 ’ 맹진사 댁 경사‘를 각색한 ’맹‘이었다. 이철희 연출은 다소 시간이 지난 그러나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근현대 작품을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듯하다. 오세혁 연출이 이 연극을 꼭 보라고 추천해 현매로 보았다. 심지어 파격 할인된 가격으로.


막이 열리면 어둠 속 큰 나무 아래서 다섯 명의 배우가 진혼곡인 듯 구슬픈 소리를 한다. 그들의 움직임은 조심스럽고 느리며 슬프다. 제법 길게 이 장면이 진행되는데 지겹지 않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


이 다섯은 동네에서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구정 지나 대보름 전 농한기에 모여 무엇을 할까 머리를 맞대다 윷놀이를 하기로 한다. 이들은 가난하고 각자 사연도 있어 윷놀이를 하는 마음은 편하지 않다.


이 연극은 이야기보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구슬픈 가락이 압권이다. 배우들이 직접 윷가락이 되어 만들어 낸 움직임은 절로 관객을 웃게 만든다. 특별한 이야기 없이 관객에게서 웃음을 끌어내고 느닷없이 슬픔 속으로 던져 놓는 연출과 연기력은 기가 막히다.


모든 배우가 충실히 움직인다. 내가 눈여겨보는 배우는 윤슬기 배우. 맹에서 딸 역할을 할 때도 좋았는데 소리도 잘하고 움직임도 좋다. 시대극에 무척 잘 어울린다. 귀염성 있는 얼굴인데 이번 극에선 머리를 질끈 묶고 남자 역할을 하는데 겉돌지 않는다.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이 윷놀이 판에서 제대로 눕지 못한 윷과 별로 다르지 않다. 특별하고 매력적인 작품이다.

6월 2일까지 여행자 극장에서 상연된다. 인터파크 예매, 현매도 가능하다. <by 혜자>


윤조병 원작 윷놀이

이철희 각색 연출

강일 곽성은 한철훈 이강민 윤슬기 정홍구 출연

코너 스톤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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